연구자의 조건과 사회학적 상상력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연구자’는 말 그대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연구를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보는 일”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연구를 하는 연구자는 어떤 조건과 자세를 가져야 할까?

한국 사회학계의 거목인 고(故) 최재석 교수(고려대학교 문과대학)는 그의 회고록에서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묘심(猫心고양이‘묘’, 마음‘심’)을 말했다. 고양이를 지극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진 최재석 선생이 말하는 ‘묘심’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호기심’이다. 고양이는 특히 호기심이 많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호기심은 주로 탐색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고양이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양이는 자신이 사는 환경을 이해하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호기심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의 상호작용에 호기심을 보이며, 이는 그들의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가 새로운 사람(동물) 또는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본능의 일환이다.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야 할 연구자가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듯하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묘심’의 두 번째 특징은 ‘자존’이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거나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 옆에 오지 않는다며 강아지의 복종적인 성격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또 고양이는 조용하고 차분한 데 비해 강아지는 떠들썩하고 분주하다고 하였다. 반려동물들에 대한 개인 선호의 차이야 있겠지만, 최재석 선생이 비유한 연구자가 가져야할 조건으로 고양이의 ‘자존’을 이야기 한 것은 이해가 된다. ‘묘심’의 세 번째 특징은 고양이는 ‘고독’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독은 곧 비사교성을 말하는데, 연구자는 연구과정의 고독을 인내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사회에 속해 있는 인류의 삶과 행동에 대한 학문이다. 우리(인류)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제로는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명한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개인적인 삶과 보다 넓은 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하였다. 이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이에 대한 수많은 연관요소들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학문적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삶에 대한 능동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건 비판적이건 문제의식을 갖고 원인과 현상에 대해 연구하며 대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 상당히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나 급격한 인구감소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농·산·어촌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와 대안 제시는 매우 시급하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농촌사회학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멸위기극복’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어 보인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연구자의 조건과 라이트 밀스가 말한 사회학적 상상력이 대안 아닐까?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