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usic의 원소스인 판소리, 전용공간 마련으로 글로벌 대응성 강화해야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며칠 전 막을 내린 파리 올림픽은 도시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파격적인 개막식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동안 여느 올림픽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기장 밖에서, 경기장을 벗어난 혁신적인 개막식을 펼친 것에 대해 혁명의 도시, 예술의 도시다운 면모를 발휘했다는 평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은 이른바 ‘파리 스타일’의 개막식으로 명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막식의 기저에는 파리와 프랑스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파리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그들의 역사, 문화, 스포츠, 가치지향을 서사로 엮어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취하고 싶은 내용을 영리하게 잘 포장하여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이번 개막식에서는 파리라는 도시 공간을 전면에 내세우며 하나하나 그 가치를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거대한 세계인들의 축제를 통해 프랑스가 가진 콘텐츠를 거대 작품에 집약하여 보여줌으로써 파리의 도시 공간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전북, 전주라는 도시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전주는 전통문화예술을 생산·소비하는 지역으로 표상된다. 이는 사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선창극사󰡕(1940)에 수록된 89명의 판소리 명창 중 37명, 전·후기 8명창과 근대 5명창은 14명으로 전북 출신이 제일 많고 전북도가 지정한 판소리무형유산 보유자는 10명으로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이다.

전라감영, 전주통인청대사습, 전주권번, 전주국악원, 청학루로 이어온 판소리 교육은 전주대사습 전국대회, 전국고수대회를 개최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후 소리문화에 대한 도민의 가치 인식과 관심은 전북도립국악원 설립과 우진문화공간의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한벽문화관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를 기획하여 소리꾼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문화 예술적 토대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개최와 전주판소리합창단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전주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생산자, 패트런(patron), 소비자가 균형 있게 정주하고 있어 소리꾼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세대를 이어 가꾸어 온 판소리적 환경을 전주의 대표 문화예술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K-music의 산실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동시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판소리 전용 공연 공간 마련이 요구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판소리가 자연도태 되어 소리문화가 사라져버렸지만 전주 소리판은 처절한 생명력을 가지고 자생하며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고귀하고 숭고한 예술자본을 완전하게 정착시켜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닌 동시대인들에게 살아있는 소통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제는 특성화된 전용 공연 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에서는 소리꾼은 물론 소리에 진심인 팬덤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판소리적 생태계는 양호하다. 이러한 판소리적 자본이 세계적인 예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대응성을 강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판소리는 K-music의 원천소스이자 토종 유전자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 지구촌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고유문화의 경계가 와해되고 있다. 우리는 전통예술의 세계화·대중화를 외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유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때만 세계화는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전주는 판소리’라는 명제가 정합성을 획득하여 전주라는 도시 공간의 대표 문화로서 전 인류와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