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존하는 전북정치

기업과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중앙정부에 재정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어 대다수 시·군이 공무원 월급 주기도 벅차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요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때는 지원금이 있어 그런대로 버틸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원금 상환기일이 도래돼 이자 넣기도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전북은 정치적 선택을 잘못해 구조적으로 가난의 굴레를 벗기가 어렵게 됐다. 그간 정부 정책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고 했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만 더 강화시키는 꼴이 되다 보니까 전북이 더 힘들어졌다. 전북은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나 진보가 집권했을 때나 모두 '찬밥 신세'였다. '오십보백보' 내지는 '도긴개긴'이었다. 다른 지역은 경쟁적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까 서로가 국가예산을 더 확보할려고 치열하게 노력해 자기 몫 이상을 챙겨갔다. 하지만 전북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가느지도 모르면서 독야청청했다. 한마디로 낙후 전북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 책임이 제일 크다. 중앙정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무능한 탓으로 자기 밥도 못 찾아먹었다. 새만금 하나에 매달려 옴싹달싹 못한 것도 지역낙후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다. 다음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을 잘못 뽑은 탓도 컸다. 지역정서가 민주당 판이라 그 가운데서 뽑다보니까 유능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뽑지 못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은 열정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항상 우일신(又日新)하는 혁신가라야 한다. 변화를 두렵게 생각치 않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선출직 덕목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운동권이나 공직생활 좀 했다고 경영마인드가 마냥 길러지는 게 아니다. '절차탁마 (切磋琢磨)'란 말처럼 보석으로 만들 줄 아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표만 얻기 위해 굴신거리는 사람은 단체장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너무 옥석 구분을 안 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또 시작됐다. 지난 총선 때 국가예산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10명의 도내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하면 전북 몫 확보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전북도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 9조를 반영시켜 사상 최대라고 들먹이면서 자화자찬했지만 그건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3.2% 늘어난 677조로 편성했기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인 것이다.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도지사·시장이 원팀으로 합심협력해 소리소문 없이 국가예산을 확보한다.

전북 정치권은 예산 삭감했던 윤석열 정부를 마냥 밉게 보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잘 설득해서 전북 몫을 챙겨와야 한다. 칼자루 잡은 쪽이 그쪽이라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장차 도민들이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강원·충청·경남처럼 여야가 공존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