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을 시로 노래하는 허혜숙 시인(70)이 생애 첫 시집 <너울춤>(조선문학사)을 출간했다.
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희망과 빛, 사랑과 행복, 그리움과 같은 묵시적 이미지의 시어들이 돋보인다.
특히 시인은 희망을 여러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희망의 양면성과 양극화를 포착해낸다.
“아름다운 세상 잠시 허공 위에 띄우고/그땐 그랬지 지난 추억 소환하고/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니/슬픔이 기쁨으로 변하더라//가는 길 끝자락에는/가끔은 아름다운 꽃길도 걷고/가끔은 울퉁불퉁 자갈길도 걸으며/마른 땅 같은 삶이면 어떠랴/소용돌이치는 물결 같으면 어떠랴/가는 길 끝자락에는/마중 나올 희망이란 님이 있는데”(‘가는 길 끝자락에는’ 일부)
허 시인에게 있어서의 희망은 ‘마중 나올 님’처럼 긍정적 이미지로서의 선과 등가성을 갖는 대상으로 형상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희망이 시인이 실현하고, 실현되기를 열망하는 성취욕의 적극적 추구와는 달리 그 근저에는 희망에 대칭되는 ‘절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박진환 문학평론가는 시집 평설에서 “시인의 묵시적 이미지들은 반대 개념인 악마적 이미지의 선행에서 시를 출발시켜 묵시적 이미지로 승화시킨다”며 “희망에 대응했을 때는 절망이 되고, 빛에 대응시켰을 때는 어둠이, 사랑에 대응시켰을 때는 미움이나 증오 같은 것들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경기도 용인 출생으로 계간 시학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경북 봉화문협에서 활동했으며,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허 시인은 “10여 년간 응모했던 많은 습작물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둔탁한 노래를 계속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