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신음하는 농민 목소리 들어라

국제경제는 철저히 비교우위의 논리에 의해 가격, 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지닌 상품은 더 생산하고, 반대로 비교열위에 있는 것은 외국의 것을 사는게 이득이다. 하지만 현실사회에서는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는 상품도 어떤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라도 더 육성해야만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쌀값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지속되는 쌀값 하락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벼 재배 면적 감축, 쌀 수급 예측 통계 개선 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출과 수입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경우 외국산 값산 쌀을 수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며, 특히 가공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을 선호한다면 이를 막을 길이 없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신음하는 농민들의 입장을 귀담아 듣고 특단의 쌀값 정상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쌀값 안정을 위해 15만t 규모의 재고를 소진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8월 25일 현재 쌀값은 10개월째 지속해서 하락해 80㎏ 기준 17만6628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고점 당시 80㎏ 기준 21만222원과 비교해 16%나 떨어진 가격이다. 농민들로서는 한숨이 나올법한 수치다. 8월 26일 현재 전국 재고 물량(농협RPC 기준)은 33만t으로 전년비 20만t이나 많다. 오는 10월까지 2023년산 미소진 물량은 전국적으로 10만t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근본적으로는 전략작물직불제 지원 확대 등에 따른 벼 재배 면적 감축이 불가피하고 수입쌀 전량 사료화 전환이나 쌀 소비문화 조성 등도 필요하다. 전농 전북도연맹과 전여농 전북연합, 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 전북도의회가 지난 4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현실화를 위해 △2023년 구곡 최소 15만톤 이상 시장 격리 △쌀수입 농업 정책 중단 △수확기 쌀값 20만원부터 시작하는 대책 수립 △식량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농업정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해가 된다. 실제로 1977년 식량 통계 이래 쌀값이 최저로 폭락했던 해가 2022년이었는데 단 2년만에 다시 역대급 쌀값 폭락세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1999년 1가마 수매가가 19만 원이었는데 이보다 더 떨어진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뚜렷한 해법이 없다지만 정부는 우선 당장 신음하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조금 더 성의있게 경청하고 일부라도 정책에 즉각 반영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