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서로 돌보려는 마음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인구 과밀인 도시를 벗어나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여유로운 것이 때로는 과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는 2013년 10월에 순창군으로 귀촌하였다. 당시 순창군 인구는 3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 10%가 넘는 인구수가 감소하였다. 그나마 저녁에라도 북적였던 읍내 거리에서 이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전북특별자치도의 총 인구수는 175만4757명이며, 이중 약 67%에 해당하는 117만2743명이 전주, 군산, 익산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전북특별자치도 누리집). 역으로 말하면 33%의 인구만이 3개의 시를 제외한 11개 시·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 내에는 417개의 국·공립 초등학교, 210개의 공립 및 사립 중학교, 133개의 국·공립 및 사립 고등학교, 10개의 공립 및 사립 특수학교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의 수는 19만 5000여 명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주, 군산, 익산시의 어린이, 청소년 수가 도 전체의 74%를 상회한다(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누리집).

위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농촌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효율성에 입각한 시장주의원리가 농촌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농촌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듦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의 기본권 보장문제로 연결된다.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먹거리기본권’은 누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원하는 때에 쉽게 섭취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특히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섭취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면 단위에서 식료품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기본적으로 저장성 높은 공산품이 주를 이룬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식품은 찾기 힘들다. 이런 현상을 농어촌 지역의 ‘식품사막화’현상이라고 한다. 도시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신선한 채소·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 즐비하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그런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차를 타고 이동하여야 한다. 농촌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식품점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방법은 ‘함께 식사’하는데 있다. 하지만 고령인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농촌마을에서는 이미 조리활동이 가능한 연령의 주민이 없는 경우도 많아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런 경우 지자체가 마을공동식사를 학교급식과 같은 ‘공공급식’으로 인식하고 완성된 도시락 형태의 식사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조례, 예산, 실행기관이 세워져야 한다. 즉 시간과 돈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인구과소화로 인한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소소해 보일 수 있지만 정기적인 함께 밥해먹기, 먹거리 나눔 등 협동과 호혜적 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적 ‘돌봄’ 활동이 필요하다. 돌봄은 또 다른 돌봄을 부른다고 믿는다.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