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세상의 어떤 자리에 있든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조직 구성원이 지도자를 불신하고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할때 이미 지도력은 상실한 것임을 웅변하는 표현이다. 논어에서 유래됐는데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히 양성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 답했다. 공자는 하나를 포기한다면 군대를, 다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식량이라고 답했다. 백성과의 믿음은 최후의 보루로서 이게 없어지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거다. 비단 국가뿐이랴. 가정, 기업, 단체를 막론하고 지도자의 언행이 의심을 사는 순간, 그는 이미 지도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자리를 지켜려고 연연하는 것은 구차한 자기변명일 뿐이다. 연구비 부정 사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장호 군산대 총장에 대한 교직원들의 불신임안 투표가 90% 가까운 찬성률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교수와 직원, 조교 등 전체 교직원 627명을 상대로 한 전자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443명 중 89.62%(397명)가 총장 불신임에 찬성했다고 한다. 불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10.38%(46명)에 불과했다.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교수평의회는 총장 불신임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투표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평의회 측은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교육부에도 총장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이쯤되면 이장호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적인 다툼과는 별개로 현직 국립대총장으로서 구속까지 되면서 전국적인 오명을 남긴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고는 하지만 이게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적인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구성원들이 이미 총장의 리더십을 인정하기 않겠다는 명쾌한 의사를 피력한 만큼 대도무문의 길을 걸어야 한다. 총장직을 버리면 본인은 물론, 구성원들이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나, 반대의 경우엔 생불여사(生不如死 살아 있음이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다는 뜻)의 길을 걷게됨이 명확해졌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일 뿐이다. 법적인 논쟁에 관계없이 실추될대로 실추된 군산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세울 가장 현명한 길은 과연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다. 이장호 군산대총장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