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공약이행 평가, 신뢰성 확보부터

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약은 소속 정당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된다. 그런 만큼 당선된 지자체장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보여주는 공약 이행 평가는 주민 알권리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공약평가단을 구성‧운영하면서, 공약 이행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전인수식의 잣대를 들이대 이행률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놓고, 이를 홍보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단체장의 치적을 부풀려 홍보하기 위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가 공약 이행 평가 방식을 개선, 보완한다는 취지로 주민배심원제도를 도입해 지난 12일 첫 회의를 열었다. 주민배심원제는 주민이 직접 공약이행 평가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공약 점검 방식 중 하나다. 전주시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방식의 음성응답시스템(ARS)과 전화면접 등을 거쳐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 등을 고려해 35명의 배심원을 선발했다. 이에 앞서 전주시의회에서 ‘공약평가단의 평가 결과가 시민들의 의견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약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매우 우수' 또는 '우수'로 평가됐고, ‘미흡’은 단 1건으로 나타났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시민의견을 분석해보면 부정적 의견이 53%에 달해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주민배심원제는 일단 공약사업 추진 상황을 좀 더 촘촘하게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배심원들이 지자체의 정책과 공약사업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그럴 의지조차 없다면 역시 집행부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거수기 노릇만 할 가능성이 높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공약 이행률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공약평가단이 단체장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집행부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또 평가단과 배심원들도 주민 알권리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공약 이행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엄격한 검증 절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