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중견작가들의 연륜을 엿보다…서학동사진미술관 '초(超) : 녹슬지 않는 길'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활동하는 김경희, 김신교, 차유림 조명
22일까지 기획전 '초(超) : 녹슬지 않는 길'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진행

초(超) : 녹슬지 않는 길 포스터.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 제공 

 

서학동사진미술관(대표 이일순)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전북 미술계를 지탱하고 있는 김경희, 김신교, 차유림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초(超) : 녹슬지 않는 길’은 전북을 터전으로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중견 작가들의 단단하게 다져진 연륜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21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김경희 'kkungTari Shavara'.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30년간 임실군 신덕면의 폐교였던 오궁리 미술 촌에서 대표 작가로 활동해 온 김경희 작가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일상, 사유, 자연, 종교 등의 주제로 한지에 분채, 금분, 자개 등의 매체로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매체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업을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판화 작품의 구조적 탄탄함과 칼 선의 생명력에 매료되었고, 자기 작품에 오롯이 새겨 넣었다.

특히 독특한 예술적 표현을 부각하기 위해 점토의 물성에서 꽃과 같은 생명의 주제가 메마른 드라이플라워로 전이되는 방식으로 물질과 생명의 본질을 동시에 드러낸다.

김신교 '내 안에 존재하는 삶'.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김신교 작가의 조형 언어는 캔버스 혹은 화판에 한지나 마대를 배접해 유화물감으로 그리고 물감을 겹겹이 쌓으면서 질감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작가는 색감에 대한 고찰과 화면 위에 정제된 자연을 풀어헤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자기 고백적이면서 내면에 충실한 직관성과 순수한 형질의 붓질은 작가가 선과 색채 자체의 표현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2000년대 전북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비구상 화단을 이끌었던 그는 공백기를 거치며 그 작품 활동과 근황에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비구상 회화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며 그간의 작업들을 예측할 수 있도록 펼쳐 보인다. 

차유림 '경계넘기'.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차유림 작가는 인간관계의 취약한 본질과 경계로 이뤄진 현대사회의 현실을 작품 안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해학이나 연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려내는데, 그 표현에 서도 회화 설치를 넘나들며 자유로우면서 에너지 넘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크게 4번의 변화를 거친다. 비구상의 무정형 작품은 점차 인간 형상으로 구체화하고, 여성과 자아, 정체성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감정의 섬세한 전달과 사회 비판적 시각, 그리고 표현의 자유로움을 통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화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전시공간 사진. 사진=서학동사진미술관·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이일순 대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표현방식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세 명을 모시고 전시를 열게 됐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초기 중기 현재에 따른 작품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재)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4년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 받은 사업으로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기획하고,  한준 작가가 객원 큐레이터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