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이어 극약처방 수준의 균형발전론을 제시하면서 인구절벽 시대 균형발전 방법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균형발전의 해법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의 집값 폭등과 계층 양극화의 원인을 교육인프라 차이에서 찾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강남 학군 대입정원 상한제’와 ‘대학입시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을 제안했다.
또 지방소멸이 현실화한 현재 모든 시군에 대한 분산 투자 대신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할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의 이 같은 전망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거점도시와 광역자치단체들의 경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한은의 처방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한 교육열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치열한 경쟁은 경제를 해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며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하는 등 ‘과감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각 대학이 신입생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달 27일 한은이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연 공동 심포지엄에서도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정도로는 지나친 교육열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어도 이들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총재는 균형발전 담론과 관련해서도 눈에 띄는 제안을 던졌다. 모든 지역을 살리려고 하는 분산투자가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해치고 수도권 집중화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 6월 “효율적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든 지역이 윈윈(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좋은 열매를 맺을 만한 몇 그루의 든든한 나무를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보고서에서 정부가 그동안 저개발지역 발전에 초점을 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오면서 오히려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부족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비슷하게 쇠퇴하는 것보다는 거점도시 중심의 집적 이득이 주변에 고루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결론지었다.
한은은 아울러 “과거엔 전체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 과제였지만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개발 재원은 한정된다”며 “소수 거점 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 근거로는 실제 대도시에서는 공공투자 비율에 정비례해서 인구가 늘었지만, 소도시와 군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공공기관을 각각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로 옮긴 사례를 비교해 인구 달성률·가족 동반 이주율 성과를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