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 ①]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단상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요 며칠, 어디를 가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문학단체 카페나 카톡방에 들어가도 경사집 분위기입니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이제야 문인의 긍지를 느낀다’, ‘장하다 우리 딸 드디어 한국문학이 세계에 우뚝 섰구나!’ 등 온통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들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가 한강의 소설을 읽으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매시간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드디어 K-문학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기름을 붓고 날개를 달아준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의 영광은 물론이고 한국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마치 수억 원짜리 복권에 당선된 기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등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팝의 열풍으로 이어져 K-푸드,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에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저변에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한국어 학습이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학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라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삼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저에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큼 한국의 문화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빠, 막걸리, 한글 등의 단어가 순수 한국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외국인들이 알고자 할 만큼 한국어의 관심이 집중된 이 무대 위에 이제는 K-문학이 그 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펜은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만듭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제일 바빠진 곳이 국내외 출판업계라는 것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직장에서 10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수일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지리도 답답한 분야로만 생각했던 문학이 생산이고 국익을 창출하는 효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현장입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나 지자체의 관점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 기성작가의 재조명, 그리고 문학단체들의 창작활동과 출판업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문학 즉 글과 말은 모든 예술의 근본이 되고 바탕이 됩니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가 글과 말로 시작되고 표현됩니다.

‘조국의 아픈 역사를 강력한 문학으로 바꾸는 그녀의 능력’이 높이 평가되어 노벨상 후보에 올랐듯이 어떤 역사도 글이 없으면 계승 발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글 쓰는 작가들은 기록의 소중함을 뼈속 깊이 깨달은 선각자입니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무대에서 돌파구를 찾는 순간’으로 격상된 이 시기를 한국문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한강을 꿈꾸면서 문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내심 마음껏 즐기면서도 그녀가 전쟁으로 죽어가는 지구 저편의 인류를 위해 수상잔치를 거부했듯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 문학으로써 적은 위로라도 되어주는 이 가을이길 바라봅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