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⑦]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부쳐

정은희 전주여성의전화 대표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온 나라가 축하와 감격의 일주일을 보냈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이지만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인으로 최초라는 자랑스러움과 함께 여성으로서, 아시아의 여성으로서 최초인 것도 그간의 노벨 문학상의 수상 행보를 본다면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학계 최고 권위인 노벨 문학상은 1901년 수상자를 선정한 이래 현재까지 역대 수상자 119명 대부분이 북미나 유럽이 남성이었고 여성의 수상은 17명뿐이었다. 최초 선정 당시 여성들의 권리나 사회 참여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120여 년이 지나는 과정에서도 여성 수상자가 17명뿐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선정과정에서부터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선정위원회의 운영과 무엇보다 여성 작가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편향된 사회적 인식의 결과이며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여성으로써 18번째 주인공이 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여성의 문학작품에 대한 저평가와 수상자가 일부 국가에 국한되었던 지역적 차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 있고 기쁜 일이다.

또 다른 의미 한가지는 한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고 경험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부조리한 국가 권력이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과 살인에 온몸을 내던지는 중학생 동호와 시민들의 이야기<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 속 인선과 인선의 가족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힘을 가진 자의 폭력과 그 시간을 지나온 인간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서정적이지만 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해왔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한국 사회에 공기처럼 녹아있는 가부장제 속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채식주의자>는 잔인한 폭력의 잔상에 괴로워하다 채식을 선택하는 주인공 영혜와 평범하기 그지없던 아내이자 딸의 변화에 각자의 방식으로 영혜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 하며 시작되는 가정 내 폭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려는 딸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강압적인 태도로 영혜를 단속하는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존재하는 가족 안의 권력관계와 힘을 가진 가장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큰 딸이자 언니인 인혜는 텅빈 눈으로 말라가는 동생을 보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진실의 무게를 견디며 모두를 돌보려 한다. 가족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시킨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누가 봐도 아무렇지 않은 가족의 모습이 되기 위해 잔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인간은 무엇을 저지르고 있는가 

인간은 무엇이기를 바라나

한강 작가는 관계와 폭력, 그 앞에 서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약자와 소수자의 시선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모두가 알지 못하고 눈치채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며 우리 모두를 깨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편견과 폭력이 멈추기를, 그 터널을 온 몸으로 견디고 기억하기를 이야기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