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기버스 화재 대비 '미미'

전북자치도, 내년도 예산안에 전기버스 화재 대비 예산 미반영
전문가 “전기버스 화재도 전기차와 동일한 위험성 대비 필요”

지난 2021년 전주시의 한 도로를 달리던 전기 마을버스에서 불이 났다.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전기차 화재에 대한 위험성이 연이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전기차인 전기버스에 대한 화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북자치도 예산안에는 전기버스 화재와 관련된 장비 예산이 세워지지 않았다. 현재 소형전기차 화재에 필요한 이동식 수조 및 교육 예산 등만이 전기차 화재 대비 예산에 반영됐다.

전기버스와 전기차는 진화장비와 진화방식 자체가 다르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설치돼 있어 차량의 50% 가량을 물에 잠기게 해 배터리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전기버스는 차량의 천장부분에 배터리가 설치돼 있어 차량을 잠기게 하는 방식은 부력 등과 현재 각 소방서에 배치된 이동형 수조의 부족으로 인해 사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전기버스 화재는 굴절차 등을 이용해 물을 뿌리는 방식 외에는 대처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소형전기차 화재에 대한 예산을 중점으로 요청한 상태”라며 “아직 도내에서는 전기버스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전기차를 일단 우선시했다”고 말했다.

전기버스 화재 또한 전기차 화재에서 발생하는 ‘열폭화’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지난 1월 경기도 안양시의 한 차고지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기버스에서 불이 났다. 해당 버스는 구매 후 약 6개월 가량밖에 되지 않았던 차량이다. 당시 소방본부 등은 약 8시간 동안 물을 뿌려 화재를 진화했다. 소방은 이후 화재 진화를 완료했다고 판단, 화재 원인 조사 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꺼졌던 불은 약 8일이 지난 뒤 재발화했고 또 한 번 진화 작업에 나섰다. 재발화 원인으로는 버스 배터리에 남아있던 열기의 재발화가 추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에서 진화까지 약 9일간이 소요된 것이다.

현재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시내·시외버스 등 전기버스는 총 185대다.

아직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전기버스 열폭화 화재는 없지만, 최근 4년(2021년~2024년 10월)간 발생한 일반버스 화재는 총 21건이다. 이동수단인 버스는 차량 사고, 타이어 과열 등으로 충전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소방의 설명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화재 시 설치된 리튬배터리로 불이 옮겨붙으면 열폭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에는 많은 이슈가 되다보니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고 있고, 최근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큰 피해 없이 진화에 성공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도내에서 전기버스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절대 불이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전기버스 화재에 이용하는 특별한 장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기버스 또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많이 긴장을 하고 있다. 하루빨리 관련 장비 도입 및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버스와 전기차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는 점은 똑같지만, 진화 방식이 전혀 다르다”며 “현재 전기버스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 장비와 반복되는 훈련 등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