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점검 요식행위에 그쳐선 안돼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한번 더 주위를 살피자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시작된 불조심 강조의 달은 올해로 77회째를 맞았다. 화재에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시민 각자가 주의를 기울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법적, 제도적 시스템 완비 역시 화재를 막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도 완강기와 소화기 등 아파트 소방시설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는 외관 점검표 작성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방시설 외관 점검표는 지난 2022년 12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시행중이다. 그런데 전문성이 없는 입주민이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게 쉽지 않기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결론은 공동주택 소방안전관리자의 소방 관련 업무 집중, 주민 대상 외관 점검표 작성 교육·홍보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공동주택 소방안전관리자는 다른 업무를 같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나 인력배치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조심 강조의 달처럼 소방 관련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소방안전관리자가 해당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입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외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함은 물론이다. 아직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일반 시민들이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세부적이고 절차적인 문제점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도 사실은 정책의 성과를 내느냐, 못내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소방청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손쉽게 소방시설을 점검할 수 있도록 아파트관리 플랫폼인 ‘아파트아이’ 앱을 설치해 사용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아이는 전국 3만개 단지, 1200만 세대가 사용 중인데, 관리비 조회·납부, 민원 하자 접수, 공지사항 알림, 전자투표, 소방시설 세대 점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입주민들이 세대 내 소방시설을 아파트아이 앱 또는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소방시설 외관점검표를 활용해 점검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개인 주거지인 세대 내 소방시설은 외부인에 의한 점검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차제에 입주민들도 세대내에 설치된 소방시설은 스스로 점검한다는 인식을 더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