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시작부터 행정과 정치권 간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잼버리 악몽에 시달렸던 전북자치도는 세계한상대회 성공을 발판으로 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내부 소통 단계에서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전북정치권에 따르면 전북 국회의원 10명 모두 전북도가 올림픽 유치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기자회견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지난 13일 전북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이 올림픽 유치와 관련 도와 의회간 '불통 행정'을 지적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국회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전북정치권은 김관영 지사의 일방 통행에 불쾌감을 표했다.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하기 전 정치권과의 협의와 논의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어야 함에도 이 같은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것.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란 사실은 도내 유일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윤덕 의원실에게까지 철저히 비밀로 했다.
쌓여왔던 불만과 불신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전북 국회의원 보좌진과 전북도 실무진 간 정책간담회에서 폭발했다.
정부 예산안 반영 현황과 국회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의 주요 증액 필요 분야를 공유하기로 한 이 자리에서 올림픽 유치에 대한 설명이 주 의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실제로 5분 정도만 예산 관련 이야기가 오갔고, 나머지 시간은 올림픽 유치 협조 요청이 차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A보좌관은 “올림픽 유치와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 2년 가까이 논의는커녕 오히려 전북정치권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왔으면서 이제 와서 공조와 원팀을 이야기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일갈했다.
다른 의원실의 B보좌관은 “이 자리는 예산 확보와 관련한 자리인데, 원래 하기로 약속했던 예산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못했다”며 “보좌진들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는 사안인 올림픽 유치 협조 문제로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해졌다”고 전했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하는 올림픽 유치 준비는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소통과 단합이 중요하다”며 “용역 준비 단계에서부터 전북이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매우 아쉽다. 전북도 혼자서 사실상 중요한 작업을 끝마치고 나서 국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들러리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도 나왔다.
일각에선 “잼버리 사태를 겪었던 전북이 국제대회 유치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못하면 ‘독이 든 성배’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도민 의지를 총집결해 서울시와 올림픽 유치 경쟁에 돌입해야할 전북자치도 측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 준비 사실을 정치권에 숨긴 이유에 대해 “사전에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며 “(정치권 등에 미리 올림픽 유치 신청 의사를 공개할 경우) 너무 많은 의견이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일에 추진력이 붙지 않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염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