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활성화를 위한 현대적 활용 모색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지난 11월 11일 전주 전라감영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라감영 접빈례(接賓禮)’다. 외교관인 조지 클레이턴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가 1884년 전라감영을 방문하였을 때 전라 감찰사 김성근(金聲根, 1835~1919, 1883년 2월~1885년 1월 재임)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전라감영 접빈례는 이를 토대로 재현한 것이다. 

그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풍남문에서 가마를 타고 전라감영에 도착하였는데 이날은 취타대와 전주기접놀이 보존회가 전라감영까지 퍼레이드를 펼치며 조지 포크를 맞이하였다. 이어 감찰사격인 도지사가 전라도 방문을 허가한 호조(護照)를 수여하고 참석한 기관장들은 포크의 방문을 환영하는 축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포크의 답사가 이어졌다. 관찰사와 육방권속이 함께 촬영한 것처럼 당시 사용했던 유리건판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여 참석한 기관단체장들은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어서 춘앵무·무고·살풀이의 무용과 판소리 공연으로 축하연을 펼쳤다. 이는 당시 4인의 무희들이 춘 무고(舞鼓) 춤을 사진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당시 교방청 예인들의 성대한 공연프로그램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고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숙소에는 꽃 화병을 놓고 술잔에 국화꽃을 띄우는 등 전라감영에서의 손님 접대와 전라도 음식, 교방청 예인의 축하연을 두고 조지포크는 타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한 격조 있는 대접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파견한 보빙사의 통역장교로 조선인들과 처음 대면하였고, 거북선을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하였으며 팔만대장경 등 조선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제너럴셔먼호 배상 청구의 부당성을 반박한 미국 정부 외교관으로 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처럼 조선 근대 외교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조지포크의 기록은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라감영과 전주의 사회문화, 예술에 대한 최초 사료로서 근대문물의 수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가치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그의 기록이 휴민트(humint)적 산물이라는 점은 아쉬움이 있다.

전라감영은 건축물의 복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전주시는 2020년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전라감영을 복원했다. 전라도의 수도가 전주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다시금 새기고 동시에 풍패지관(灃沛之館, 조선왕조의 발원지)과 한옥마을을 연계한 관광 거점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말이다, 전북의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한 야심찬 사업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도립국악원과 무형유산을 최다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전주대사습,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으로 어느 지역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전통문화적 기반이 탄탄하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토대로 접빈례 행사를 연례적으로 지속하여 전라감영의 문화상품으로써 전북 고유의 문화콘텐츠로 작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전라감영이라는 공간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대적으로 활용하여 전북의 문화적 정체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확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