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고도(古都)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후백제 유물·유적에 대한 보존이 시급하다. 특히 추정 궁성지를 최대한 보존해야 가능할뿐만 아니라 고도 지정 이후에도 전주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학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개최한 ‘후백제 고도 전주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일관되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후백제 궁성지로 추정되는 전주시 중노송동과 인후동 일원에 재개발이 시행되고 있어 보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주시장의 강한 역사인식과 시의회의 협조, 시민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전주시는 백년 앞을 내다보고, 아파트숲 보다 품격높은 역사문화도시를 지향했으면 한다.
1100년 전, 후백제 왕도였던 전주시는 올해 9월 광주시와 경쟁 끝에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국비 450억원을 들여 2030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도 육성법’에 따른 고도 지정이다. 고도는 경주(신라), 부여ㆍ공주ㆍ익산(백제)에 이어 올해 경북 고령(가야)이 지정되었다. 전주는 12월에, 6번째로 고도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고도로 지정되면 지정지구에 대한 행위 제한이 따르며 3500억∼5000억원의 국가예산이 지원된다.
문제는 전주시가 매장유산(비지정) 만으로 고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5개 도시의 고도 지정은 국가사적이 수반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전주시는 선례가 없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전주가 문화유산의 고도로서는 타당하나 정책적 고도에는 의문부호를 단다. 또 고도로 지정된다해도 특별보존지구와 보존육성지구를 어느 범위까지 지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인봉리(기자촌) 재개발과 종광대 재개발, 문화촌의 발굴 등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하다. 추정 궁성지 보존과 재산권 보호가 맞부딪치고 있어서다. 전주시가 의지가 있다면 대체부지 물색이나 용적율 상향, 매입 등 방법은 없지 않다.
앞으로 후백제문화권은 국토연구원에서 초광역 역사문화권 전략계획이 수립되고 있어 새로운 양상을 띨 전망이다. 기존 권역에서 빠졌던 전남과 대구·경북, 경남지역까지 포함돼 전주시의 역할이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 후백제 고도로서 전주시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