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정국 불안에 전북 여행‧요식업계 '시름'

각국 여행 경보 발령 및 방한 취소 등 연말 특수 '빨간불'
태국의 한 환전소선 원화 거래 거부 등 정국 불안 후폭풍
도내 여행사들 여행 가능 여부 문의 접수, 취소 증가 우려
실제 해외 여행 취소했거나 고민하는 도민들도 있는 상황

코로나 사태 등으로 지난 2020년 텅 빈 군산공항 모습/전북일보 자료사진

#1 농번기를 피해 동남아 골프 여행을 계획했던 김 모(56)씨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3년 만에 친구들과 준비한 여행이었지만,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약해둔 숙박시설과 식당 등을 모두 취소하면서 상당한 위약금도 감수해야 했다.

#2 대학생 서 모(23·여)씨는 남자친구와의 연말 일본 여행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계엄령 이후 일부 국가에서 원화 환전을 기피하고, 한국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서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으로, 여행 취소에 저울질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전북 여행업계와 요식업계가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분류하는 등 여행 경보를 발령하면서, 해외여행 예약 취소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9일 도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해외여행 가능 여부를 묻거나 전북 방문의 여행 가능 여부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전주 소재 여행사 5곳을 문의해 본 결과, 현재까지 실제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를 많지 않으나,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신규 해외여행 예약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까진 개별 관광객들의 동요가 크진 않지만,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예약 취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나아가 연말연시는 날씨가 따뜻한 나라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성수기이자, 전북의 주요 관광지들이 특수를 보이는 시기로 지역 여행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을 우려했다.

영국이 한국 여행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미국은 자국민들에게 시위 진행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일본 역시 주한 일본 대사관을 통해 자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태국의 일부 환전소에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스웨덴 총리의 방한 연기와 함께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 보류, 카자흐스탄 방한 취소 등 일부 외빈들의 방한 일정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비상계엄사태로 후폭풍을 겪는 곳은 여행업계 뿐 아니라 요식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특수를 기대했지만 비상계엄 선포이후 예약했던 연말송년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연말특수는 커녕 평소보다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연말모임의 50% 이상을 관청이나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데 외부 상황에 민감한 공무원 들의 특성상 눈치보기로 연말모임을 취소하고 신년회로 대체하자는 분위기여서 연말송년모임이 평소보다 절반이상 감소했다는 게 요식업계의 설명이다.

전주 중앙동의 A 여행사 대표는 "환전 문제 등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20~30대 고객들이나, 동남아 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며 "아직까지는 관망세로 보이나, 정국 불안이 길어질수록 예약 취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B 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예약한 고객들의 취소도 걱정되지만, 신규 예약에 악영향이 미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연말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아 타격이 더 크고, 단체 관광객 예약이 취소될 경우 지역 여행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