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북은 각종 사건·사고로 물들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포르쉐 음주 사망사고를 비롯해 산업 현장에서 잇따른 재해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숨졌다. 임신한 상태였던 전 부인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등 강력 사건들도 잇따랏다. 전북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올해 발생한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음주운전·술타기·부실수사’ 총체적 난국 전주 포르쉐 음주사망사고
지난 6월 27일 밤 12시 45분께 전주시 여의동의 한 도로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차량을 술을 마신 채 시속 159㎞의 속도로 운전하던 포르쉐 차량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도로의 규정 속도는 시속 50㎞이다. 이 사고로 A양(19)이 숨졌으며, 동승 중이던 B양(19)은 전치 20주 이상의 중상을 입었다.
포르쉐 운전자 C씨(50대)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씨는 사고를 낸 이후 통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고 처리에 나섰던 경찰들은 C씨의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병원으로의 이송을 결정했다. 당시 C씨의 음주 수치 측정이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출동에 나섰던 여의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추후 치료 중 확보된 채혈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측정 등을 예상하고 병원으로 동행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C씨는 곧바로 태세를 바꿨다. 의료진의 봉합 치료 등 치료를 거부했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직원을 불러 술을 사오게 한 뒤, 곧바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속칭 ‘술타기’를 했다. 경찰이 병원을 찾아왔을 때 C씨는 이미 병원을 떠난 상태였다.
경찰들은 곧바로 C씨를 수소문해 그의 거주지에서 음주 측정을 했다. 사고 발생 후 2~3시간 가량이 지난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측정 당시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라는 면허취소 수치 이상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수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0.036%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로 C씨를 기소했다. 이에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전주지검 관계자는 “면허정지 정도의 수치로 위험운전 치사죄를 적용하기는 법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수사 사항 등을 고려해 기소 죄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 조치에 나섰던 경찰관들은 전원 ‘경징계’ 이하 처분을 받았다.
전북경찰청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두 달 뒤 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시 현장 책임자였음에도 출동하지 않았던 경감에게 감봉 1개월, 현장에 출동했던 경위 등 3명에게는 모두 ‘불문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의 유족 등은 경찰들의 “징계 수준이 낮다”며 국민청원을 냈다. 해당 청원은 5만명 이상이 동의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에 지난 10월 2일 회부됐으나, 아직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C씨는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미경)은 C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재판에서 징역 6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과 상상을 초월하는 과속운전으로 인해 20살 두 청년의 삶과 그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며 “이러한 음주운전의 사회적 피해와 피해자들의 고통, 피고인의 과실 등을 볼 때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해자들과 형사합의를 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결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