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시상식 줄 취소에 고물가까지…울상짓는 화훼업계

오래 보관하지 못하는 생화는 말려서 팔기도 해
전기세, 난방비 오르고 계엄령까지 겹치며 울상

생화를 말려서 판매하고 있는 모습. 김문경 기자

연말 성수기를 맞이한 화훼업계가 계엄령으로 인한 혼란과 고물가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4일 만난 꽃 도매상은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꽃 도매상 관계자 A씨는 “생화는 오래 보관하기도 어려워 일주일 정도 안팔리면 버려야 하는데 계속 손해가 쌓이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말려서 판매할 수 있는 생화들은 말려서라도 팔지만, 그 이외 생화들은 그냥 오래 두면 팔지 못하고 버려야 하니까 생화 재고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꽃집들도 난방비와 전기세 부담이 커져 꽃 주문과 물량 자체를 줄이고 있다”며 “원래 같으면 지금이 가장 잘 팔려야 하는 성수기인데, 계엄령 이후 행사와 시상식도 많이 취소되고 소비 심리도 위축되면서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광주원예농협의 12월 절화 유통량은 전년 대비 6.75% 감소했으나, 경매 금액은 3.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월 셋째주 기준 평소 거래량이 많은 품종인 국화는 3000속, 장미는 4000속 가까이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7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의 한 꽃집. 성탄절을 맞아 매장 안은 트리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추위에 식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히터와 습도 장치도 계속해서 작동되고 있었다. 그러나 성탄전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내부 손님은 몇 없는 상황이었다. 화환 등을 제작하거나 배송 준비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덕진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 등 최근 몇 년 업계 상황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며 “그래도 원래 이 시기는 행사가 많은 편이라 정신없이 꽃 주문이 들어와 바빴는데 올해는 계엄령 이후 행사도 많이 사라져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이어 "전기세와 난방비가 오르고 물가도 크게 높아지면서 꽃값이 많이 오른 상황인데 부담을 느끼는 손님들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완산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우리 매장은 오래 운영한 편이라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주변 꽃집들은 요즘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오른 꽃 가격에 당황하는 손님도 있었다.

전주시 덕진구에서 만난 김모씨(27)는 “제가 기억하는 것 보다 꽃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부모님께 드릴 선물로 꽃을 구매하기는 했으나 마음 편히 구매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탄핵 정국이 자영업자들에게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연말 지역 축제와 행사 등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을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