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미소-김황곤

손으로는 열 수 없는 문

안으로 잠긴 문도

한 숨결로 여는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것일까

집집마다 문밖을 나서면

철모를 쓰고, 첨단 번호표를 단 수문장이

밤낮으로 철벽을 두르는데

숯덩이 된 가마솥 심술보

들끓는 한중막 문들은

강철 빗장 가로질러 성벽이 따로 없으리

그리다 미워하다 붉어진 가슴은

밀치고 당기는 고무줄 끝 뒤돌아 서

가슴 비우니, 그들은 한낱 티끌

저 작은 볼우물에 피어나는 맑음 한 송이

그 빛 한줄기에 성벽도 철벽도

한 숨결에 다 무너져 내리고야 만다

 

△ 미소처럼 큰 무기는 없다. 정말 그렇다. 상대방의 미소는 “철벽”같은 사람도, “가마솥 심술보” 같은 사람도, “들끓는 한증막” 같은 사람도 일시에 무장 해제시킨다. 미소는 “안으로 잠”겨 “손으로는 열 수 없”다. “작은 볼우물에 피어나는” 미소를 보려면 우선“가슴 비우”는 일이 먼저다. 비우고 마주하는 미소는 “성벽”도 “철벽”도 “한 숨결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오늘은 서운했던 사람을 찾아 마음 비우고 미소로 화해해야겠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