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전북 문화계도 먹구름이 잔뜩 낀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이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공연장과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확연하게 줄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북자치도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는 24만 4879명이다. 이는 전년 46만3989명보다 47.6% 감소한 수치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52억4041만 원에서 34억 8360만 원으로 33.5% 줄었다.
지역 공연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북권 공연표 판매 수는 27만2388건으로 파악됐다. 전년 30만433건보다 9.3% 줄어든 규모다. 티켓 판매액은 162억4930만원에서 123억748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연말 송년 행사 일환으로 기관에서 공연을 찾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흐름이 없었다"며 “11월과 12월은 공연장 대목이다. 연말에 열심히 수익을 내서 상반기를 대비하는데 (나라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보니 지역 문화계도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연장이 작을수록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주시립예술단 등 공립예술단에서 진행하는 송년음악회 등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린다. 홍보 활동과 초대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객 활동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전주시립예술단 송년음악회의 경우 2352명(교향악단․국악단․합창단 합계)이 공연장을 찾았다. 998명이 다녀갔던 2023년과 비교하면 57%가량 관객수가 늘어났다.
반면 10년 넘게 소극장 공연을 기획, 제작해 온 한해랑아트홀은 지난해 연말 공연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또한 아하아트홀에서 진행된 SF가족극 ‘리턴’ 역시 총 10회 공연의 평균 관객수가 25명 남짓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SF가족극 리턴에 참여한 하형래 문화기획자는 “몇 년 째 연말마다 공연을 올리는데, 올해는 연말특수가 아예 없었다”며 “연말이면 기업이나 기관에서 문화 관람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담 삼아 탄핵 정국 등의 사회 분위기로 문화 소비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