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마을에 새 경로당이 생긴 지 벌써 10년, 마을주민과 동고동락했던 옛 마을회관이 문 닫은 지도 10년이 됐다는 말입니다. 건물을 허물지 않았지만 귀농·귀촌인 등이 잠시 머무는 거처가 되면서 마을주민도 옛 마을회관에 들어가는 게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평생 못 들어갈 줄 알았던 옛 마을회관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경로당 가던 할머니들도, 게이트볼 치러 나가려던 할아버지들도 마을회관이 아지트가 됐다는 소식에 구다보고('들여다보다'의 전라도 사투리) 가십니다.
"나 진짜 10년 만에 들와보네. 그때 생각 나, 성님도 글치?"
놀랍게도 불과 일주일 전 옛 마을회관을 청소하던 '청년 이장' 취재진들에게 "여긴 못 써, 추워!"라고 말하던 마을주민들의 반응입니다. 지나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할머니·할아버지들도, 경로당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던 이장님도 인정(?)하는 아지트가 됐습니다.
"아니, 이렇게 아늑혔다고? 아따, 잘 꾸몄다!"부터 "진짜 옛날 생각 난다잉"까지. 반응도 제각각이지만 다 긍정의 표현을 하십니다. 내심 '너무 춥지 않을까? 이거 사람들이 오긴 할까?' 걱정하던 청년 이장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때 '삐그덕' 나무 문이 열리고 문틈 사이로 이경구 노인회장이 고개를 내미십니다. 평소 무뚝뚝하시던 회장님은 "벌써 문 연 겨? 깨끗하게 잘해 놨네잉"라는 말씀만 남기고 바로 게이트볼을 치러 가셨습니다. 그래도 성공입니다.
이제 이곳에서는 좋은 일들만 일어날 것입니다. 평소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날은 청년 이장과 공부를 하기도 하겠죠. 매일 모여 화투만 치던 할머니들도, 게이트볼 치러 다니던 할아버지들도, 집에만 있던 어르신들도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만든 아지트가 조용한 시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이번 주도 화정마을로 출근해 보겠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