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장이 떴다] 온종일 뚝딱뚝딱⋯옛 마을회관 아름다운 변신

직접 장판 깔고 책상·의자 설치하고 창문 '뽁뽁이' 붙이기까지
냉기 가득한 공간이 아늑하고 따뜻한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신(神)만 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청년 이장이 해냈습니다. 가구라고는 싱크대뿐이었던 냉기 가득한 화정마을 옛 마을회관은 아늑한 아지트로 바뀌었습니다. 장판 깔기부터 방 꾸미기까지 해 본 우당탕탕 이야기보따리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청년 이장들은 창문에 단열 에어캡 '뽁뽁이'도 안 붙여봤습니다.(우당탕탕 덤앤더머 같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완주 고산면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지업사에서 가지고 온 장판 매트를 옮기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 이장의 자동차는 모닝인데 300x400, 400x500 크기 매트를 구겨 넣으려니 곧 차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지난 5일 청년 이장들이 옛 마을회관에 장판 매트를 깔고 있다. 조현욱 기자

겨우 옮기긴 했는데 직접 깔아야 한다니 정말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일단 돌돌 돌려 깔고 보니 제법 그럴싸해 보입니다. 혹여나 냉기가 올라올까 걱정돼 매트 테두리 전체에 테이프도 붙였습니다.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5일 청년 이장들이 옛 마을회관에 장판 매트를 깔았다. 조현욱 기자

청년 이장 둘이서는 할 수 없다는 판단에 같은 디지털미디어국 영상제작부 기자들의 도움까지 받았습니다. 한 명은 장판을 붙이고, 한 명은 테이프를 자르고, 또 한 명은 테이프를 연결하고. 나름대로 분업 끝에 한 시간에 걸쳐 장판 깔기를 마쳤습니다.

잠시도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었습니다. 아직 장판만 깔았을 뿐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장판 위 청소하기, 책상·의자 설치, 테이블보 깔기, 행거·수납장 조립하기, 단열 에어캡 붙이기. 그래도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갔습니다.

지난 5일 청년 이장과 디지털뉴스부 부장이 옛 마을회관에 놓을 행거를 조립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5일 청년 이장들이 옛 마을회관 꾸미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현욱 기자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았던 할 일도 어느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 냉기가 들어올까 봐 단열 에어캡 뽁뽁이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청년 이장 두 명과 영상제작부 기자들까지 세 명은 처음 붙여 보는 뽁뽁이에 머리를 맞대고 설명서를 읽었습니다. 일단 분무기가 필요한 듯합니다.

문제는 분무기가 없습니다. 일단 고민도 없이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할머니들은 모여서 왁자지껄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시네요. 분무기가 있냐고 물어보자 분무기는 없고 떡과 배만 있다고 합니다. 분명 분무기 빌리러 간 건데 제 손에는 떡과 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집에 분무기 있당게! 같이 가자고"라는 할머니의 말에 곧바로 할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도 먹을 것을 얻었습니다. 직접 만드신 단호박 식혜입니다.

아지트에 있던 두 명은 바리바리 싸 온 청년 이장에게 "뭐야?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정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어르신들의 정에 힘입어 다시 속도를 냈습니다. 그렇게 안 끝날 것 같던 아지트 꾸미기도 다 정리됐습니다.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공부도 하고 시골에서 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책상·의자를 들이고, 행거를 들이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도 놓으니 뭔가 집 같습니다.

제법 모습을 갖춘 아지트는 이미 마을주민들의 마음을 쏙 빼앗은 듯합니다. 아지트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실 때는 '내일 또 여기 와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