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홍시 하나-류인명

감나무 가지 끝에

작은 등 하나

 

허공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한 생애가

천둥과 사나운 비바람에 맞서

떫은 맛 다 우려내고

 

묵묵히

소신공양 기다리며

 

그 꿈

꽉 붙잡고 있는

 

가난한

저 고집固執 하나

 

△ ‘감나무 가지 끝에/ 작은 등’은 붉게 익은 감이다. 자기 몸을 배고픈 까치를 위해 아슬아슬하게 비바람을 견디며 생을 ‘꽉 붙잡고’ 있다. 폭설에도 까닥하지 않는다. ‘묵묵히’ 매달린 홍시를 보면 차라리 어둠을 밝히는 전등 불빛 같다. 골목길 오가는 가난한 사람에게 무거운 발걸음을 밝혀주는 고마운 등이면 어쩌랴. 감나무는 홍시를 위해 연약한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바람길을 바꾸기도 한다. 소신공양임을 눈치챈 까치가 자비를 베푼다. 정다운 두 마리의 새가 홍시를  서로 먹여주며 ‘허공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