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무서워요"… 무주군 공무원들 ‘제설미비 항의 전화’ 트라우마

설연휴 기간 덕유산리조트발 교통대란 당시 최대 7시간까지 차 속에 갇히는 상황 발생
"제설작업 엉망이다" 군청에 '항의성 전화' 폭발… 해당기관 명확한 제설구간 지정 필요

무주군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무주군 제공

무주군청 직원들이 폭설이 내리는 날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연일 많은 눈이 내리면서 무주군청 대표전화 벨소리가 쉬지않고 울려대기 때문이다.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항의성 민원이 도로 구간과 관계없이 군청으로 걸려와 ‘동네북’이 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당직자들이 계속되는 피로도와 고충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군청 직원들은 “대한민국 대표관광지라고 부르짖는 무주군의 제설작업이 고작 이정도 밖에 안되느냐. 망쳐버린 가족여행을 책임져라”는 등 거친 항의성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두려움에 빠져들 정도여서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하지만 무주군청 당직자들의 대처법은 마땅치 않다. “죄송합니다. 빨리 조치하겠습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연신 고개 숙이기에 바쁘고, 관련 부서인 건설과나 안전재난과로 전화를 연결시키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책.

특히 이같은 상황은 설 명절 연휴기간 (지난달 27~30일)에 폭설이 내렸던 시기에 극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무주덕유산리조트에 스키 동호인과 향적봉 정상의 상고대를 구경하기 위해 온 곤돌라 탑승객들이 같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초유의 교통체증 상황이 빚어졌다. 때마침 덕유산리조트 인근에 내린 폭설까지 더하면서 제대로 된 ‘제설작업’이 진행되지 못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7시간 이상 자동차 안에 갇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기간에 차량을 밀어 움직이는 제보영상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관광 일번지로서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후문이다.

관광객의 불만은 폭발했고, 이같은 항의전화는 덕유산리조트와의 전화연결이 되지않아 애먼 해당 지자체인 무주군으로 향했다.

급기야 리조트 측은 무주군에 지원을 요청했고, 무주군은 궁여지책으로 ‘무주덕유산리조트에 많은 차량 유입으로 차량정체가 심함에 따라 리조트를 찾는 차량 이용자들은 각별히 유의바란다’는 SNS 문자를 발송한 것과 비축해놓은 ‘비상용 염화칼슘’을 리조트 측에 빌려주는 것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 리조트 측은 무주군청에 인원과 장비지원을 요청했으나 ‘도로도 아닌 사적 영역에까지 그같은 지원은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제설재를 빌려주게 된 것이었다. 리조트 측이 빚어낸 ‘제설작업과 대책마련 미흡’이 무주군청의 잘못인 양 방문객들로부터 ‘동네북’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고스란히 화풀이 대상은 군청이 됐다.

이날 이후로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는 날이면 군청 당직자들은 "전화벨만 울리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하소연한다.

이와 함께 무주군이 ‘남원국도로부터 위임받은 국도 37호선 34.7Km 2개 구간 외에 나머지 국도 부분에 대한 책임소재는 ’남원국토관리사무소‘에 있는 바, 이들 구간에 대한 제설작업을 비롯한 도로정비는 정확한 구분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무주군 관계자는 “우리 군 관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고, 비상상황은 군청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적 구역이나 위임받지 않은 국도 구간까지 군청에서 모든 것을 대응하고 책임져야 한다라는 건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아울러 ‘명확한 제설작업 구간정비’와 ‘재난 상황에 준하는 폭설 시 ’무주군 관내의 컨트롤타워 부재 ‘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당기관 간의 긴밀한 협업체계 또한 강력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