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학교가 그 한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도시의 역사를 함께 기록해온 원도심 학교가 특히 심각하다. 한때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거대·과밀학교로 어려움을 겪었던 원도심 지역 학교들이 이제는 학생이 너무 적어 위기에 몰렸다. 농촌 작은 학교와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인구 이탈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학교의 쇠락으로 이어지고, 열악한 교육환경이 다시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전주에서는 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취지에서 지자체와 교육기관, 시민단체가 함께한 거버넌스(전주 원도심교육공동체) 활동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주 중앙초등학교와 완산초등학교 등 몇몇 학교는 주민들과 함께 교육공동체를 조직하고, 학교-마을 축제까지 열면서 지역공동체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학교와 마을의 쇠락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꺼내든 ‘학교복합시설 사업’이 관심을 모았다.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학교 유휴공간에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도서관·체육관·수영장과 같은 문화·체육시설이나 돌봄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학교에 남아도는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이 유휴공간에 학생과 지역민들을 위한 생활SOC(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교육청·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공모 형식을 취했지만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현 정부의 다른 공모사업처럼 특별한 흠결이 없으면 신청한 곳 모두를 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성장’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매년 공모사업을 추진해 2027년까지 200개교에 학교복합시설을 조성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그동안 이 사업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주시가 새해 안목을 넓혔다. 전주교육지원청과 지난 6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육부의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교복합시설 사업은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협력해 학교와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시설을 설치·운영할 대상 학교 선정이 중요하다.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곳이어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그동안 학교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교육공동체 활동을 펼쳐오면서 공동체 활성화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전주 원도심 학교가 적격이다. 학교를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경험이 있었던 만큼 전주에서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전주시에서 수년 간 원도심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 온두레공동체사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