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과 전북의 외국인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계기로 사람들은 카레이스키 라는 단어를 새삼 주목했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사이 두만강 북방 연해주로 농업이민, 강제동원, 항일독립운동 등을 위해 이주한 이들을 일컫는다. 일제강점기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조선족이고 연해주로 간 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불린다. 러시아어로 ‘카레이스키’라고 부른다. 주지하다시피 소련 독재자 스탈린은 카레이스키와 일제의 내통을 의심, 결국 1937부터 연해주의 카레이스키 17여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카레이스키와 더불어 130년 한국 이민사에서 가장 슬픈 삶을 영위한 이민자는 중남미 ‘애니깽’”이다. 선인장의 일종인 애니깽(에네켄)에서 유래했는데 선박용 로프 재료였던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가면서 시작된 슬픈 이민사가 바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한 장면이다. ‘카레이스키와 애니깽’ 전혀 무관한 듯한 두 단어가 담고있는 함의가 이처럼 무겁다. 한세기가 훌쩍 지나면서 요즘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을 찾는 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선 단순 관광이 아닌 생계를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이 급증 추세다. 2023년 기준 전북의 외국인 거주자는 5만2799명으로 전북 전체 인구의 2.99%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충남 거주 외국인이 무려 12만6837명으로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 충북은 7만1311명, 경남 11만7235명, 전남 6만2493명 등이다. 도내 시군별 숫자는 군 단위가 대략 1천명 이내인데 완주군은 5095명으로 많아 눈길을 끈다. 정읍시가 4218명, 김제시가 3413명, 고창군이 2251명 등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최근들어 결혼이민자 수는 정체상태인데 외국인유학생과 외국인근로자가 급증하는 특징이 있다. 이젠 외국인거주자를 이방인처럼 보는 시각을 바꿀때가 됐다. 현지인과 외국인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지역발전은 말할것도 없고 대한민국이 한번 더 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다문화가족의 경우 특히 자녀들이 각종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극도의 인구감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가사 도우미인 ‘필리핀 이모’ 제도까지 도입됐는데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노예제도가 있던 미국에서 흑인 출신 대통령이 나오는데 200년이 넘게 걸렸다. 대한민국에서도 이젠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나왔다는게 뉴스가 돼선 미래가 없다. 다양성과 포용을 배제할 때 그 사회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외국인 거주자들이 각종 문화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에 아무 부담없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시민의식도 크게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도와 시스템으로 그 장치를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카레이스키와 애니깽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