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얼 담아낸 가람 이병기 전집 출간

전북 익산 출신인 근현대 최고 국학자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의 업적을 정리한 '가람 이병기 전집' 30권이 출간됐다. 만 10년 넘게 준비해 출간한 것으로 실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전북대학교는 지난 12일 이 사업을 마무리하고 완간 기념식 및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으나 가람 선생은 전북 근현대 최고 국학자 겸 시인으로 자랑스런 전북인이다. 윤동주 시인이 그랬던것처럼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항일 문학가로도 알려져있다. 현대시조의 변별에 획을 그은 대표적인 인물로, 시조의 이론을 정립하여 고시조와 현대시조를 구분 가능하게 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조시인으로 널리 알려져있으나 사실은 우리말 강의와 수호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독립유공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언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민족 주체성을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전주보통학교와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많은 시조를 발표했다. 1939년 발표된 ‘가람 시조집’은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며 광복 후 한민족의 고전 문학을 현대어로 고치는 일에 힘쓰기도 했다. 전북대학교 문리대 학장·서울대학교 강사·중앙대학교 교수 등을 지내면서 그는 꾸준히 문학활동을 해왔다. 가람 이병기 전집은 단순히 한 문필가의 전집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가치가 너무 크고 웅장하다. 어떻게 보면 전북의 얼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할 수도 있다. 전북이 자랑하는 위대한 교육자에서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유산을 보존하는 한편,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전집 출간이 하나의 끝이 아니고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거다. 솔직히 전북에서도 그동안 가람 선생에 관한 조명이 조금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더 활발히 연구하고 한국 근현대 문학사 체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앞에 놓여있다. 특히 가람의 둥지나 마찬가지인 전북대에서는 이번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북도, 전주시, 익산시 등 자치단체에서도 앞으로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차제에 전북을 넘어 중앙 차원에서도 한국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그의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