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장이 떴다] 씻고, 무치고, 끓이고⋯수십 인분 정월대보름 밥상은?

정월대보름 맞은 어르신들의 인사는⋯오늘은 '더위팔기'
마을 주민들 저녁 먹는 날, 수십 인분 대보름 밥상 '뚝딱'

정월대보름인 지난 12일 화정경로당에 마을 주민들이 일찍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지원 기자

평소 화정마을 경로당의 인사는 "성님, 어서 오셔요!"로 통합니다. 하지만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을 맞이한 12일 인사는 다릅니다. 오늘의 인사는 "성님, 내 더위 사세요!"로 통일됐네요.

정월대보름에는 '더위팔기'를 합니다. 새벽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이 대답하면 "내 더쉬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소리치는 방식이죠. 보통 해 뜨기 전에 하는 아침 인사지만 오후 2시가 돼야 만나는 화정마을 어르신들은 늦게나마 더위팔기를 해 봅니다.

정월대보름인 지난 12일 화정경로당에서 부녀회장이 나물을 씻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김지원 기자

 

아참, 오늘은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저녁을 먹는 날입니다. 이장님이 영양 가득한 찰밥을 준비하고 부녀회장님이 9색 나물·고등어찌개·두부조림 등을 준비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탓에 저녁밥을 조금 일찍 먹고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정월대보름인 지난 12일 화정경로당에 모인 마을 주민들이 밥 먹을 준비를 마쳤다. 김지원 기자

오후 1시부터 부녀회장님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마을 주민 수십 명의 반찬을 만들어야 하니 정신없는 게 당연합니다. 차가운 물에 나물을 깨끗이 씻고, 고등어찌개 간 맞추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고 있는 두부조림 뒤집어 주고, 다시 나물 무치고⋯. 정말 쉴 새 없이 움직여 마을 주민 수십 명이 먹을 밥·반찬이 모두 완성됐습니다.

정월대보름인 지난 12일 화정경로당에 모인 마을 주민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다. 김지원 기자
정월대보름인 지난 12일 화정경로당에 모인 취재진·마을 주민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다. 김지원 기자

완성되기가 무섭게 곧바로 수십 명의 밥·반찬 덜기가 시작됐습니다. 상다리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 상 가득 정월대보름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여차저차 준비를 마치고 '청년 이장' 취재진들도 자리 잡고 앉아 봅니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으니 진짜 가족이 된 듯합니다. 함께 모여 밥 먹고, 먹고 또 한 그릇 더 먹고, 한참을 이야기꽃을 피우다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오늘 또 공동체를 배웠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함께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됐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