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권 보장,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동네 음식점이나 편의점, 카페, 약국, 빵집 등 소규모 소매점에 경사로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상 기본권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행정기관이 입법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관심 있는 기업이나 건물주·점주 등의 자발적 참여도 필요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9일 장애인 접근권과 관련해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국가가 행정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이 소규모 소매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위법이라며, 소를 제기한 장애인 2명에게 각 1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편의시설 기준을 20년 넘게 개정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는 위법하며 국가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첫 사례이자 입법 공백이나 지연 등 국가의 부작위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1심과 2심은 장애인 접근권에 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 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破棄自判)했다. 소송이 제기된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장애인 등 이동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 규정은 1997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다음해 마련한 시행령에서 바닥면적이 300㎡ 미만인 경우에는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97%(2019년 기준)의 소매점이 빠져 휠체어 경사로 같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 2022년 4월에서야 바닥기준 면적을 50㎡ 미만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도 아직 경사로 설치 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사로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로점용허가 등 관련법령이 바뀌어야 하고 지원도 따라야 한다. 다행히 전북자치도와 전주, 익산, 정읍, 김제, 진안 등은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가 제정돼 있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은 인권적 차원에서 좀더 적극적이었면 한다. 나아가 각종 건물에 배리어 프리(BF)를 적용하고 유니버설 디자인도 한시바삐 도입했으면 한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 장애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