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의 공세 속에서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감성과 문화를 입힌 인문학 프로그램과 개성 넘치는 굿즈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과연 이들 서점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을까?
△우리 이웃이 직접 추천하는 책 큐레이션
일부 서점에서는 유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한 서점 ‘잘익은 언어들’은 책방의 단골 독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책을 전시하고, 추천 이유를 손 글씨로 적어 소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지선 잘익은 언어들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이웃의 추천이기에 더 친근하고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또 2달마다 전시될 책을 교체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에서도 왜 그 책을 추천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 속에서도 책이 판매되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이 활동을 통해 매번 독자들에게 흔하게 소개되는 베스트 셀러 코너 속 책만이 아닌,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골고루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어 독자분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소통
전주의 한 독립 서점인 ‘물결서사’는 매달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열고 있다. 또 이들은 다음 달 1일 지역 출신 작가 방우리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기획하는 등 이제 막 새싹을 피운 신인 작가와 더불어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를 조명하는 공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책방지기 임주아 작가는 “지역에서 책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지역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들의 수의 증가율은 더딘 실정”이라며 “책방도 엄연한 자영업으로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독자를 모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서 모임과 연계되어 방문객들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제 인문학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SNS 게시글을 보고 공간을 찾아 주시는 새로운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역 서점 ‘책방 토닥토닥’에서는 운동·페미니즘·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개최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개성 넘치는 굿즈로 서점만의 색깔 강조
일부 서점들은 자체 제작한 굿즈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시집 전문 서점 '조림지'는 책방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반소매 티셔츠와 후드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인기를 끄는 제품은 ‘2025 신춘문예 탈락자’라는 글씨가 새겨진 후드티로 서점만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과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방문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 책방은 방문객이 제시한 제목에 맞춰 즉흥시를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 ‘즉흥시를 써주는 책방’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즉흥시의 가격은 소비자가 만족한 정도만 지불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집 책방 조림지의 공간 지기 천기현 씨는 "굿즈 제작에 있어 딱히 큰 뜻은 없었다.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가 SNS 속에서 홍보가 많이 돼, 굿즈를 통해 조림지라는 서점을 처음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들이 시를 사랑해, 시를 쓰는 이들의 공감을 건드리게 되며. 이처럼 좋은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