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늘고 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도시의 쇠락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빈집 증가는 그만큼 도시 쇠퇴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주목되는 것은 빈집 증가가 이제는 더이상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빈집 관리’를 위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 지 여러 해. 그러나 빈집 증가 환경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유행처럼 번진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빈집’은 중심에 있었다. 공동화되어가는 농어촌 마을을 살리기 위해, 오래된 도시의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시행된 빈집 활용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재생으로 추진된 사업은 오랫동안 방치됐던 빈집을 도서관이나 마을회관 등 주민 공동시설로 바꾸면서 다양한 공공시설을 확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쇠락한 중소도시의 원도심 재생사업도 대부분 빈집을 활용해 거점을 만들고 침체한 상권을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빈집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왔는데도 왜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있을까. 5년 단위로 실시되는 정부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빈집은 151만 1,300여 채. 2015년의 106만 9,000채보다 43만여 채나 늘었다. 지표로만 보자면 정부와 자치단체의 빈집 정책의 성과가 그다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전문가의 제안이 있다. 전주시 주거재생 총괄계획가였던 조준배 단장의 ‘주거환경 개선과 재생’이다. 주거재생은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과 환경을 바꾸는 일이어서 단순히 하드웨어만 바꾸는 것으로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새로운 건물도 필요하지만 비워질 곳은 비워져 숨통을 틔우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공의 편의시설이 많아질 때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는 조 단장의 조언은 주목할만하다.
전주시는 이러한 주거재생을 위해 <저층 주거지 골목길 정비 및 집수리 지원에 관한 조례(2021년 시행)>를 만들었다. 적극적이고 꾸준히 시행되었다면 지금쯤 빛나는 결실(?)을 얻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북도가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2025년 희망하우스 빈집사업’이다. 90동의 빈집을 정비하겠다는 것이 목표. 빈집 관련 정책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것이어서 새삼스럽지 않지만, 올해는 농어촌에서 도심까지 확대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여전히 공급자 중심 사업으로부터 구체적 변화가 보이지 않아서다.
돌아보면 빈집 정책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흥미롭게도 그 대부분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이끈 사업이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