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선 103석의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꿔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을 넘는 180석으로 제1 야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제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얻어 역시 제1당이 되었다. 집권당은 국민의힘이지만 우리나라의 중심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탄핵정국은 전통적인 진보와 보수 구도를 깨뜨렸다.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이 탄핵과 내란혐의로 구속돼 있는 데도 제일 야당인 민주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 범위에서 오르내린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흐름이다.
국민의힘이 극우화로 폭주하고 있는 행태는 심히 우려스럽다. 일부 유튜버와 종교단체, 정치인들이 공동의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근저엔 돈과 신도, 유권자 표가 연동돼 있다.
급기야 기독교단체가 주최한 3.1절 광화문 집회에서는 헌법재판소와 공수처, 선관위를 쳐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서천호의원(64. 경남사천·남해·하동)이 그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37명이 있었다.
보수는 법과 질서, 전통과 윤리, 시장과 경쟁 등의 가치를 존중하고 확장해 나간다. 국헌을 유린하고 폭력 등 물리력을 동원해 자기 입맛에 맞는 질서를 구축하려 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 이기적인 극우 행태다. 중도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와 계엄 옹호정당이란 꼬리표가 달린 채 선거를 치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왜 윤석열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고 동행하려 하는지, 왜 극우에 기대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중심 정당인 민주당은 외연을 넓히지 않으면 국민의힘을 제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정당지지율 조사가 근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일부 저항이 일었지만 국민의힘에선 위기감을 나타냈다. “보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중원은 커녕 안방까지 내줄지도 모른다”(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고 했다.
민주당이 흑묘백묘론을 예로 들며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중도와 보수로 외연을 넓히는 것은 덧셈 선거전략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길로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면 확장적인 정책이다. ‘신 성장’과 ‘친 지방’ 정책을 꼽겠다. 민주당 비대위(위원장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2022년 대선 패배 후 펴낸 ‘민주당 새로고침보고서’는 “전통적 지지층마저 민주당의 낡고 기득권에 매몰된 모습에 반발해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비판을 수용하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성장이 있어야 분배와 복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AI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혁신과 변화를 리딩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야말로 진정한 실용주의다.
또 지방은 지금 인구이탈과 빈약한 경제력으로 숨쉬기 조차 힘들다. 서울 빼곤 지방 아닌 곳이 없지 않은가. 역대 정부마다 지방시대와 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노무현 정부 말고는 허당이었다. 중심 정당인 민주당이 강력한 ‘친 지방’ 정책을 추동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형해화된 지방의 몰골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