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축제·행사 '비상'...예산 삭감으로 중단 위기

전주시 재정난 심각, 전주예술난장·싱스트리트 개최 '불투명'
독립출판 축제 '전주책쾌' 예산 1억5000만원→ 5000만원으로 삭감
전주시 저비용 고효율 행사 진행위해 막무가내 예산 삭감 우려
문화기획자 "문화도시 지향하지만, 철저히 문화예술 도구화" 비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경기 침체와 정부의 긴축 재정 여파로 전주시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신생 문화축제들이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산술적으로 전주시의 축제‧행사 예산은 증가추세지만,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예산 자체가 수립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4일 전주시에 따르면 2025년도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1869억 원으로 지난해(1827억원) 보다 2.2% 포인트 올랐다. 올해 축제‧행사 예산도 169억 6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5억 원가량 늘었다. △2022년 133억 원 △2023년 134억 9000만 원 △2024년 144억 2000만 원으로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도 관련 경비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전주예술난장'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주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었던 전주예술난장은 4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과를 거뒀었다. 지난해에는 관광 거점도시 예산으로 행사를 치렀지만 올해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예술난장 관련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개최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비용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재정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리공연 활성화와 지역 예술인 무대 제공 등의 취지로 2023년부터 선보여 온 ‘SING STREET(싱스트리트)’ 역시 올해는 예산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모티브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거리공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기획됐지만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주의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가 된 ‘전주책쾌’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전주책쾌는 지난해 ‘독립 출판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북페어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5000만 원으로 행사를 운영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역 문화계는 비상이다. 전주시가 저비용 고효율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축제의 위상이 훼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 온 예술인들은 예산 삭감이나 운영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는 “전주시가 문화와 예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축제를 ‘돈 없으니까 없앤다’는 마인드로 운영‧관리하고 있다”며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지만, 철저히 문화예술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주시는 재정 여건상 부득이하게 본예산 편성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시의 예산 상황이 어렵다 보니 아쉽게도 본예산에 편성되지 못했다”며 “추경으로 예산을 수립할 계획이 있고, 하반기에 관련 프로그램들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