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과 한미동맹

일러스트/정윤성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자신들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국가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제도다. 국가 안보와 핵 문제, 경제 안보 위협과 테러 지원, 지역 불안정 등 지정 이유는 다양하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과학, 기술, 에너지와 관련된 협력에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원자력·핵무기 기술·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공유는 물론, 인력교류와 공동연구, 프로젝트 참여 등 연구 협력에 대한 제한이다. 국가 간 기술 협력과 안보에 큰 걸림돌이 생기는 결과다. 문제는 또 있다. 민감국가는 미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지만 목록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의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민감국가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를 비롯한 25개국. 주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이다. 관리 기준에 따라 지정등급도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국가', 북한과 이란은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어 있다. 비동맹 신흥국가인 인도,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대만 등도 가장 낮은 단계인 '기타' 등급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민감국가에 포함됐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히면서다. 놀라운 일은 민감국가로 지정된 시기다.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 1.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지만 우리 정부는 그 사실을 두 달 가까이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무엇 때문에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했는지에 대한 원인도 아직은 명쾌하지 않다. 미국 정부가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아서라지만 정부의 무능함과 외교 참사의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가 민감국가가 된 것은 지난 1980~90년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민감국가 지정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독자 핵무장 추진과 관련이 있다. 이번 지정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핵무장론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은 다음 달 15일부터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민감국가에 최종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지만 지정 철회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감국가 지정으로 한국은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어진 탄핵 정국의 불안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국격은 무너지고 있다. 국가의 추락을 마주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길이 눈앞에 있다. 헌재의 빠른 판결을 고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