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한 비수도권 연대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전북·전남·광주가 체결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은 그 출발점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전북이 진정한 ‘연대의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선 선언보다 ‘물리적 연결망’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전북은 수도권을 연결하는 남북 축 교통망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비수도권 주요 도시들과의 연결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철도를 이용해 전주에서 대구로 이동하려면 충북 오송역을 우회해야 하고 같은 호남권인 광주조차 전주에서 익산으로 올라간 뒤 다시 남하해야 하는 불편한 구조다. 이는 전북이 지리적으로 국토의 남중부라는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실질적인 연계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한계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은 북으로 세종·대전·충청, 남쪽으로는 광주·전남, 동쪽으로는 대구·경북 등 주요 권역과 인접해 있어, 교통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비수도권을 가로지르는 ‘연결축’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전북이 대전과 광주 등 광역지자체에 둘러싸여 ‘2중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평가다.
박재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북은 그동안 광주와 대전 사이에 낀 채 지역 정체성이 모호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충청, 영남, 강원을 아우르는 실질적 교통망을 확보해 연대의 중심지로 도약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은 ‘초광역 SOC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히는 것이 전주~김천을 잇는 ‘영호남내륙선’이다. 새만금에서 대구까지 총 110.4km 구간을 단선전철로 연결하는 이 노선은 무주·진안 등 동부 산간지역의 교통 소외 해소는 물론, 전북과 부울경을 2시간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다. 총사업비는 2조 4300억 원이다.
그러나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도는 이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전주-대구 고속도로, 전남 고흥, 광주, 완주, 세종을 잇는 ‘호남권 메가시티 고속도로’ 등 초광역 SOC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역 간 연결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협약과 선언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는 교통망 확충과 함께 정치·행정 연대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비수도권 단체장 협의체’ 구성을 통해 충청, 영남, 강원 등 인접 시도와의 연대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각 시도지사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데다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릴 경우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3월 중 구성을 추진하려 했으나 일정상 어려움이 있어 4~5월로 조율 중”이라며 “비수도권 연대는 수도권 집중을 균열내고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국적 과제다. 전북이 그 중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