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대전환의 시대’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AI(인공지능) 혁명, 초고령사회 진입, 기후위기 등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낙오자가 되고,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전환’해야 한다. 관점을 바꿔 목표와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이 그렇다. 소외와 차별, 낙후라는 단어에 익숙해진 ‘상실의 시대’를 묵묵히 버텨온 전북만큼 대전환의 필요성이 큰 곳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생각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ONLY 전북’이어야 한다. 글로벌시대, 지역 경쟁력은 특성화·차별화에서 나온다. 오직 전북만이 할 수 있는 것, 전북이 더 잘할 수 있는 것, 전북이 해야 하는 것을 찾아 집중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 이후 이미 여러 걸음을 뒤처진 상태에서 기를 쓰고 따라가봐야 맨 앞에 서기는 어렵다. 간신히 뒤쫓아가면 상대는 또 저만치 멀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중앙을 향해 소외와 차별을 하소연하며 ‘우리도~’를 외쳤던 그간의 행보에서 벗어나 ‘우리만~’을 찾아보면 어떨까.
전북이 수십년간 공들여온 약속의 땅 새만금은 지금 ‘ONLY 전북, ONLY 새만금’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차별화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백화점이 됐다. 관광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팜, 바이오, 방위산업, 2차전지 등 다방면에서 ‘백화점식 전략’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의료용 대마산업(헴프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새만금에 ‘헴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공력을 들여 추진했다가 헛발질로 끝난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새만금이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산업을 찾기 어렵다. ‘지금 전북, 그리고 새만금이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다’는 반박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적어도 ‘새만금’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앵커산업은 정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선 8기 전북특별자치도가 내세운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비전은 타당하다. 더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농생명산업의 수도 전북,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에서만 맛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이나 지역 한정 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일본 3대 맥주로 꼽히는 ‘삿포로맥주’의 본고장 홋가이도에는 이곳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특별한 맥주(삿포로 클래식)가 있다. 수요가 늘면서 점차 판매처가 확대됐지만 생맥주로 마셔보려면 지금도 꼭 현지까지 가야 한다. 맥주 말고도 홋가이도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이 적지 않다. 이런 지역 한정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의 또 다른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아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전북 대전환’의 발판이 마련됐다. 전북이 ‘2036년 올림픽 대한민국 후보도시’ 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아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북이 골리앗 서울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지방도시 연대라는 차별화 전략에 있었다. 이제 국제무대에서의 올림픽 유치 전략도, 지역발전 전략도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차별화해야 한다.
조기 대선 여부를 결정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년 후엔 지방선거도 있다. 전북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할 ‘ONLY 전북’, ‘ONLY 전주’ 전략과 이행 방안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