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어디서 살아야 하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다. 나이들수록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집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병원을 가거나 돌봄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편안한 죽음(dying in place)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면 노후에 어디서 사는 게 좋을까. 노인의 주거형태는 3∼4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노인복지주택(시니어타운 또는 실버타운)과 공공임대인 고령자복지주택, 전원주택, 그리고 자신이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사는 형태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시니어타운과 내집에서 그대로 살기 등을 살펴보자. 

시니어타운은 1988년 국내 최초로 수원에 건립된 유당마을(279세대)을 효시로, 전국에 40곳 1만 세대 가량이 입주해 있다. 시설이나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호텔식으로 운영되며 병원과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등 각종 편익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해 있고 방안에는 응급벨이나 동작감시센서가 설치돼 응급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텃밭가꾸기나 골프모임, 문화활동 등 각종 동호회가 활성화된 곳도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최고가인 삼성 노블카운티(경기도 용인· 800세대), 더 클래식500(서울 광진구· 380세대) 등은 평형에 따라 다르나 10억원 안팎의 보증금과 1인당 한달 500만원 이상의 관리비와 생활비가 들어간다. 서민들은 그림의 떡이다. 전북에는 서울 송도병원이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웰파크시티)를 2017년 석정온천 지구에 설립했다. 10층 높이의 576세대로 14-33평형 규모다. 저렴한 보증금과 의무식이 없고 부부가 월 100만원 안팎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입주자 60% 이상이 수도권에서 고창으로 내려온 은퇴자들이다. 하지만 시니어타운은 첨단 시설에 비해 노년세대들을 세상과 격리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달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니어타운에 절대 가지 마라”는 말도 나온다. 또 대부분의 시니어타운이 낙상사의 우려 등 건강이 좋지 못한 입주민을 퇴거시키는 점도 단점이다.

다음으로 내집에서 그대로 살기를 보자.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7.2%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 건강이 나빠져 독립적 생활이 어려워지더라도 그렇다는 이들도 48.9%에 달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내 집에서 계속 사는 걸(Aging in place) 원한 셈이다. 그러나 노년에는 몸 기능이 쇠퇴하면서 살던 집이 불편해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고령자에게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가 낙상인데 고령자 낙상사고의 74%가 집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기 위해서는 생활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문턱을 없애고, 욕실과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바닥재와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게 좋다.  또 밝은 조명과 자동 조명 시스템을 설치해서 야간 이동시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노년의 주거는 나이와 건강, 경제력, 배우자 유무, 취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 (조상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