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에 마을 덮친 산불⋯발 묶인 농어촌 어쩌나

'최악의 산불' 희생자 상당수 읍·면 지역 거주 고령층
초고령 사회 재난 대응 체계 필요⋯특히 '안전 사각지대'농어촌 시급
전문가들 "화재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실질적 대책 중요"한목소리

 

연합뉴스 제공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을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 상당수가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고령 사회에 맞는 재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상북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안동·청송·영양·영덕에서 발생한 산불 희생자 18명 중 14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59세, 2명은 나이가 파악되지 않았다. 

고령층이 많이 사는 농촌·산촌 마을에 불이 나면서 희생자 다수가 고령층이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아예 집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제때 대피하지 못해 숨졌다.

29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주택들이 산불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경북 산불'뿐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도시에 비해 읍·면(농촌)이 재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북특별자치도 화재 통계만 봐도 읍·면 지역, 그중에서도 고령층 피해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로부터 제공받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도내 화재 사망자 현황을 보면 57명 중 읍·면 지역 거주자는 36명(63.2%)이다. 이중 60세 이상 사망자가 27명(75%)에 달한다.

읍·면은 도시와 비교해 거주 면적이 넓어 집집마다 거리가 있고 고령화가 심각한 구조다.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하는 데 필요한 인력·기동력 등 소방력 접근이 곤란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준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조교수는 이에 대해 "도시는 재난 정보의 접근성이 읍·면보다 수월해 대응의 신속성이 높다. 사람이 많고 밀집돼 있어 대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농어촌은 사람이 없고 고령화가 심각하다. 다 흩어져서 살다 보니 서로 도움 주는 게 쉽지 않아 원활한 대피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28일 경북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주민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임시 텐트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은 화재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실질적인 소방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고령층은 (거동이 불편해) 대피가 늦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나기 전 화재 등 재난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잘 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도 "이번 대형 산불 사태가 보여 주듯 재난은 항상 장애인·노인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면서 "국가는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화재·재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전폭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난에 대응이 어려운 읍·면에 대해 화재를 비롯한 맞춤형 재난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준 조교수는 "이전에 산사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농어촌 지역이라고 해서 가 보면 대부분 읍·면이다. 대개 평소 공무원이 행정 업무를 보다가 재난이 닥쳤을 때 대응반을 꾸리는 방식이다. 아무리 훈련해도 재난을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대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재안전분야 전문 인력의 양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재난 정보 등의 전달을 위해) R&D 연구를 통해 플랫폼·시스템 구축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인력 양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플랫폼·시스템을 구축해 지속적인 실증과 고도화를 이루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