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일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대규모 산불 등 국가적 재난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정치의 정상화에 꽤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정치권은 지난 20~21대 국회 때와 다르게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전북도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선명해진 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다음 공천이나 보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지지 않고, 여당에 주도권이 넘어온다면 전북 국회의원들이 입을 타격도 적지 않다. 전북 국회의원 10명 전원이 윤 대통령 탄핵과 대여 투쟁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4월 임시국회 일정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민주당 박찬대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향후 국회 본회의 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재차 회동해 논의를 이어갔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국민의힘은 필요시 합의에 따라 본회의를 개최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4월 1일부터 '상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모두 탄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차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또 산불 사태로 인해 연기됐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처리도 4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으로 알려졌다.
임시국회 일정에 대한 협의가 불발되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바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음 달 1∼4일까지 본회의를 개최하는 의사일정을 의결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일방적 의사 진행이라며 회의에 불참했다.
야권이 이날 운영위에서 의결된 의사일정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하고 긴급현안질문을 실시하게 된다. 당초 우원식 국회의장이 운영위에 협의를 요청한 1·4일 본회의 일정에 민주당 주도로 2∼4일 긴급현안질문 일정을 추가한 것이다. 다만 우 의장이 야권이 요청한 일정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이날 채택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다음 달 18일까지인데, 두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14인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 지명권이 없다’는 것.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와 마은혁 후보자에 임명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 사건 평의는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3배 이상 길게 진행되고 있다. 윤 대통령 사건은 탄핵소추일 기준 107일이 지난 상태인데, 두 전직 대통령은 소추 이후 각각 63일과 91일 만에 선고가 마무리됐다.
법조계는 다음 달 18일 이전으로 선고일을 전망하고 있다. 문형배·이미선 두 헌법재판관이 퇴임으로 신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가 6인 체제로 선고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