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 인증 기준을 해외 투자 유치와 ESG 경영을 강화하는 '벤처기업확인요령'을 개편했다. 이번 변화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지역 벤처생태계의 현실을 고려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 투자유치 인정 범위 확대다. 그간 '벤처투자유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특별회원, 국내 벤처투자조합 출자 실적 보유 외국투자회사, 해외벤처캐피탈협회 소속 외국투자회사로 제한됐었다. 이제는 중기부 장관이 국제적 신인도와 투자 실적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외국투자회사도 적격 투자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ESG 경영 도입 실적이 평가도 명시적으로 반영된다. 기존에는 재무 중심의 평가지표로만 간접적으로 평가했던 ESG 실적을 앞으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14개 세부 평가 기준에 따라 공식적으로 정성 평가하게 된다. 이 평가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가산점 부여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벤처기업 인증제도는 1998년 시행 이후 지속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 기술신용보증지금의 보증서를 통한 은행 대출 방식에서, 2021년에는 혁신성과 성장성 중심의 '민간주도 벤처기업확인제도'로 개편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도내 벤처기업들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벤처기업 인증 요건이 개선되더라도 지역 내 연구개발 역량과 투자 유치 인프라가 부족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 인정 범위 확대는 글로벌 투자 유치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투자를 통한 성장이라는 벤처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지방 벤처기업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전국 벤처기업 중 전북 소재 기업은 약 900개로 전체의 2%가량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역 기업들에게는 제도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SG 경영 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초기 벤처기업의 부담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제도 개편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벤처 환경 격차를 고려한 차별화된 지원책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벤처기업 비중이 낮은 지역에서는 해외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불가피하다.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 탄소 배출 계산, 지배구조 개선 등에 필요한 ESG 경영 도입 컨설팅과 관련 비용 지원 병행도 제안된다. 연구개발과 투자 유치 인프라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인호 전북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성장하려면 많이 팔아야 한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해외 판로 개척은 쉽지 않다"며 "해외에서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를 통해 판로까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 인증 배점에 ESG 항목을 포함하는 것은 기업들이 기본적인 ESG 경영 요소라도 갖추도록 경각심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