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전북은 '도미노' 충격 더 우려

도내 기업 55.2% 관세 정책 영향, 77.6%는 대응책 마련 못해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구조 재편의 신호탄
전북은 최종 수출보다 중간재 공급 비중 커 2·3차 충격 우려
미국과 중국 치중보다 다변화 등 통상 전략 확대 필요성 커져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공세 현실화로 전북 지역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조치는 직접 수출기업뿐 아니라 공급망을 통한 간접적 영향으로 연쇄적 타격이 전망된다.

미국은 5일부터 모든 교역국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국가별 추가 관세를 적용해 한국산 제품에 26%(행정명령 부속서 기준)의 관세율을 매기기로 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만,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의 수출품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도내 제조업체 1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2%가 관세정책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간접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40.0%)'를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았으며,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0.0%)', '미국시장 내 가격경쟁력 하락(15.7%)',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15.7%)' 순으로 난관을 예상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77.6%의 기업이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이 중 25.9%는 대응 계획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번 관세 갈등은 세계 무역 질서 재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북은 특정 시장 편중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통상 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34%의 고율 관세가 예정된 중국의 대응 역시 전북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요인이다. 중국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다변화 과정에서 '덤핑(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대량을 파는 일) 전략'을 구사한다면, 도내 기업들은 미국 내 제품 가격 하락과 함께 여타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에 봉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북은 최종 수출보다 중간재 공급 비중이 높아, 수출 감소가 공급망을 통해 도내 제조업 전반에 2·3차 충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한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0%대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 침체가 전북에 더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도내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보다 부품 업체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직접적인 관세 부담보다 이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부품 수요 역시 감소하는 등 자동차 산업 전체의 위축이 가져올 연쇄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재 및 이차전지 산업의 투자 감소도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미 둔화세를 보이는 전기차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