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시-유영숙

연필심 꾹꾹 눌러 

편평히 고른 지면 위에 

너를 심는다

당연한 듯 비스듬히 쓰러지는 너

마음의 문을 열어 

토닥이고 상처도 내보지만 

너는 항상 비스듬하다

쓰러진 심지

지면의 숨소리 이해할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오늘도 맨바닥의 단어들 쓸어 모으며

다시 연필심을 깎는다

 

△ 문학이란 우리 생활과 연관된 것들은 물론 무관하게 여겼던 것들까지도 사랑하게 만든다.  시적 자아는 “오늘도 맨바닥의 단어들 쓸어 모으며/다시 연필심을 깎는” 행위를 날마다 반복한다. 반복은 완성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자 완성에 도달하는 전부다. “다시 연필심을 깎”는 행위는 내 마음을 깎는 행위고 나를 돌아보고 다시 발견하는 행위다. 이는 분주한 일상으로 나타나는 나(아我)를 “깎”아내고 보다 근원적이고 진실한 나(오吾)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좋은 시인은 연필심처럼 마음을 다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