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점, 피자집 등 길에서 마주한 상점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알록달록 강렬한 색감이 일상에서 흔히 보던 상점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상점들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걸까.
밝고 또렷한 색감의 작품을 선보여 온 김누리 작가가 개인전 '상점의 초상'을 24일부터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연다.
원광대에서 금속공예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전주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하며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2023년부터 그룹 포지노마드를 설립해 운영중이며, 2025년 우진청년미술상을 수상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작가답게 다양한 재료를 혼합합하고, 뚜렷한 색과 질감이 나타나는 작업물을 선보여왔다.
2022년부터 '상점의 초상' 연작을 중심으로 꾸준히 개인전을 열었고, 도시의 기억과 감정을 기록하고 있다.
연작의 연장선인 이번 전시에서는 길 위에 놓인 상점의 감춰진 모습을 자신의 색깔과 철학을 담아 개성 있게 표현했다.
특히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밝다. 단순 건물이 아닌 개인의 서사가 녹아든 공간으로 주인과 손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어린시절 향수 등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제목 ‘상점의 초상’도 도시의 풍경 속 붙잡아야 할 것들, 잊히기 전에 남겨야 할 기억들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오랜 시간 걸쳐 관찰하고 기억해 온 상점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회화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새로운 장소는 빠르게 익숙해지고 또는 익숙해질 겨를 없이 사라진다”며 “사람이든 장소든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질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인연들을 기억하려 기록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생태계의 파운데이션이 되어주는 상점이 부디 우리 곁에 오래도록 존재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5월 7일까지.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