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경제효과가 큰 말산업 활성화를 위해 승마대회 유치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광 연계 콘텐츠 부족, 전문 인력 확보, 승마시설 규제 완화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전북은 전국 35개 승마대회 중 25개를 유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도 10개 대회가 선정돼 국비 3억 원을 확보했다. 대회당 평균 관람객은 2000여 명, 총 5만 명 이상의 인구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 도는 관람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을 20만 원으로 가정할때 직접 소비효과만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접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숙박, 외식, 교통, 관광업계는 물론, 대회 입상자에게 지급하는 지역 특산품과 상품권을 통한 농축산물 소비 진작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가 말산업을 단순 스포츠가 아닌 농업·관광·문화가 융합된 복합경제 산업으로 키우려는 이유다.
승마산업의 경제적 파급력은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윤여경·조광민 연세대 연구팀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 따른 국내 승마산업 지원 정책 분석'에 따르면 승마체험객 1인당 평균 소비는 약 21만 원, 투자 1억 원당 약 1.6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승마산업은 단순 레저를 넘어 농촌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는 평가다.
또 같은 연구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은 한국에서 테니스, 골프에 이어 승마가 대중 스포츠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승마는 신체활동과 심리치유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는 웰빙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으며 유소년 승마, 재활 승마, 관광 승마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 수요를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체험을 넘어 농촌관광, 레저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 전략산업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앞서 전북은 2018년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인프라 확충에도 힘써왔다. 장수 국제승마장은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수준으로 시설을 개보수했으며, 익산과 완주에도 공공승마장을 신설했다. 유소년 승마단 육성, 재활승마 프로그램 활성화 등 수요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승마대회 개최 등 하드웨어 측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광 연계형 승마콘텐츠 개발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말산업 선도지역으로 꼽히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경마공원을 거점으로 체험형 승마, 관광승마, 승마힐링센터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승마 관광단지와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역 관광수입의 5% 이상을 말산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주는 관광지와 승마시설 간 접근성을 높이고자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연계형 홍보 마케팅도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반면 전북은 승마장이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어 접근성과 대중성에서 한계가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말산업의 전략적 가치는 입증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승마를 농촌관광과 결합해 승마시설이 있는 농가의 부가수입을 높이고 말 관련 스포츠·문화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도 말산업을 지역 소득 증대와 관광자원 다변화 전략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특히 홋카이도 지역은 2021년 기준 약 2조 원 규모의 말산업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경마공원 조성과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까지 추진하며 말산업 기반 경쟁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말 사육두수 전국 3위, 5개 시군 말산업특구, 3곳의 인력양성기관 등 인프라를 갖춘 데다, 농생명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전북은 말산업 기반과 확장 가능성 모두 갖춘 지역으로, 국제 승마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