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책의 도시’ 비전을 선포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는 도서관을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힘 써왔다. 작은 도서관을 늘리고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 독립서점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온라인보다 20%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책사랑포인트 ‘책쿵20’ 사업을 진행했다.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과 ‘전주 독서마라톤 대회’를 연중 개최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이색도서관들의 등장이다. 금서를 비치한 도서관부터 숲속 한가운데 문을 연 자연친화 도서관까지⋯. 열람실 중심 도서관을 탈피한 이색 도서관을 소개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 후 전주에 있는 이색 도서관도 둘러보면 어떨까.
△동문헌책도서관
동문헌책도서관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헌책 도서관이다. 이름에 걸맞게 4000여 권에 달하는 헌책을 보관ᐧ전시하고 있다. 특히 ‘어제의 금서가 오늘의 고전’이라는 주제의 큐레이션이 전시돼 있어 시대별 인기 도서와 과거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들을 볼 수 있다. 또 지하 1층에서는 오래된 만화책을 열람하거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DVD로 감상할 수 있다.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를 나누고 재조명하는 일을 운영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맞춰 지상 2층에서는 헌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문헌책도서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2층 열람 공간에 집에서 가져온 낡은 책을 기증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연화정도서관
여름이면 연꽃이 가득 피는 전주 대표관광지 ‘덕진공원’. 덕진공원의 거대한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 위에는 놀랍게도 도서관이 있다. 지난 2022년 연화교의 완공과 함께 개관한 연화정도서관은 한옥으로 지어졌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서관답게 내부에는 한국의 미와 전주의 정체성을 담은 도서들이 비치돼 있다. 연람 공간인 ‘연화당’에는 약 2400권에 달하는 도서가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분류돼 있다. 전주를 소개하는 ‘점’, 전통문화 이야기인 ‘선’, 신한류에 관한 ‘면’, 가족이 함께하는 내용이 담긴 ‘그리고’, 한국의 정서를 담은 아트북이 비치된 ’여백’이 그 주제다.
연화정도서관 옆에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각종 공연 및 강의가 진행되는 ‘연화루’가 있다. 옛 선조들이 절경을 바라보며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곳은 사방이 뻥 뚫려 있어 덕진호수 전경을 볼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학산과 맏내호수 사이 산기슭에 위치한 작은 목조 건물. 숲속에 자리한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지난 2021년 자연과 조화를 위해 주변 나무를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지은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은 김용택 시인, 안도현 시인 등 한국 대표 시인들의 친필 사인 시집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외국어 원서 시집 등 다양한 분야의 시집을 주로 취급한다. 도서관 1층에는 최근 국내외 시집을 모아놓은 ‘고르다’ 코너와 특정 주제별로 시집을 분류한 ‘반하다’ 등 다양한 시집 큐레이션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골라 건물 밖으로 나서면 학산의 푸른 녹음이 펼쳐진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자연 속에서 독서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자 도내 유일한 시집특화도서관으로 등산객을 비롯한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원문화도서관
식물과 자연에 관심이 생겼다면 들려볼 가치가 있는 도서관이 있다. 식물과 자연, 정원과 관련된 책을 보관ᐧ전시하는 정원문화도서관 그 주인공이다. 정원문화도서관은 식물ᐧ동물ᐧ곤충ᐧ생태ᐧ환경에 대한 기본 지식이 담긴 이론서부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에세이까지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장서를 비치하고 있다.
이들을 6가지 주제로 분류한 큐레이션도 진행하고 있다. 각각 식물ᐧ동물ᐧ 등 자연을 이야기하는 ‘배움’, 자연과 관련된 에세이 ‘채움’, 정원가꾸기ᐧ조경 등에 대한 ‘세움’, 자연고 관련된 예술 ‘키움’, 어린이 식물 도서 ‘다움’, 전문서적인 ‘도움’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