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전북 도내 주요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봉축 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그중에서도 김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찰 입구부터 경내까지, 연등처럼 환한 표정의 방문객들이 불전에 마음을 올리며 조용히 들어섰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부터 불심 깊은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이들이 한 손엔 연등을 들고, 다른 손엔 합장을 담아 부처님오신날을 맞았다.
이날 오전 11시 대적광전 앞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는 화평 주지스님을 비롯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우범기 전주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등 자치단체장과 정치인, 불자,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법요식은 명종 소리로 시작해 육법공양, 삼귀의, 찬불가, 헌화 및 관불, 봉축사, 축가 순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화평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지난 겨울,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화재로 고통받은 이웃이 많았다. 이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삼고, 더 큰 연민과 실천으로 보답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은 알록달록한 연등으로 가득 꾸며져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특히 어린이날과 겹친 덕분인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졌다. 색색의 연등 아래를 종종걸음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사장에 생기를 더했다.
박소연 씨(42·전주)는 “해마다 금산사를 찾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와서 더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쪽에서는 연등 만들기 등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운영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념품 판매도 함께 진행되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인의 소망을 안고 사찰을 찾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취업 준비생인 이수현 씨(27·전주)는 “요즘 채용이 많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금산사에 오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느낌”이라며 “원하는 직장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지쳐 있을 때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점심 공양 공간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준비된 공양은 총 4000인분. 공양 시작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고, 그 자체로 하나의 진풍경을 이뤘다.
오랫동안 금산사를 찾아왔다는 김춘자 씨(75·김제)는 “일 년에 한 번, 부처님께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 수 있어 늘 감사한 날”이라며 “내년에도 건강히 이 자리에 다시 오길 기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