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는 26년간 전주국제영화제를 관통해 온 ‘대안’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아카데미적 성격을 강화한 프로그램들로 내실을 기했다. 하지만 줄어든 부대행사와 운영 미숙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6일로 개막 7일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중간 결산한다.
△전주국제영화제 흥행에 굿즈‧골목상영 괄목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5일 기준으로 집계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중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는 티켓 매진율과 지역 연계 프로그램 참여율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닷새간의 평균 티켓 매진율은 87.3%로 지난해 같은 기간(83.1%)보다 4.2%포인트 증가했다.
영화제의 역대급 흥행 덕분에 굿즈 판매 매출도 크게 상승했다. 5일 기준으로 굿즈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전주시 새활용센터 다시 봄과 협업해 폐현수막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굿즈 품목을 늘렸고,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골목상영도 어김없이 관객들로 가득했다. 1일부터 4일까지 7개 지역에서 총 14회차 상영이 이뤄졌고 3270명의 관객들이 방문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회차당 평균 관람객은 약 2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60명) 보다 44% 가량 관람객이 늘었다.
△영화제를 무대로 등장한 '현실의 목소리’
영화제 중반, 영화관 바깥에서는 눈에 띄는 장면이 펼쳐졌다. 전주영상위원회 공익제보자 지원단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영화제 기간 각각의 메시지를 담은 집회를 연 것.
전주영상위원회 공익제보자 지원단은 지난 4일 전주CGV 앞에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같은 날 전주 메가박스 앞에서는 영화제 상영작 <무색무취>의 실제 배경이 되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은 영화제를 찾은 시민과 관객에게 산업 현장의 현실을 알리고자 자리에 나섰다.
겉으로 보기엔 축제의 장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오히려 전주국제영화제가 단순한 예술 소비의 자리를 넘어, 사회적 발언과 질문이 허용되는 열린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유'와 '실험'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온 만큼, 영화관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은 영화제가 지닌 또 하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영화제가 현실과 교차하며 살아 숨 쉬는 문화 현장임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줄어든 부대행사, 아쉬운 '축제성'과 공간의 분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지난해에 비해 거리 공연, 야외 체험 프로그램,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 부대행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영화 티켓이 없는 일반 관람객들은 영화제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더욱이 올해는 전주 시내 곳곳에 부대행사가 분산되면서 접근성과 연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팔복예술공장, 뜻밖의미술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중심 공간인 영화의 거리에서는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하나(23·대구) 씨는 “부대행사가 많은 건 좋은데,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아서 영화관 근처에선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또 영화 사이 시간이 너무 떠서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차라리 카페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숙한 운영은 ‘영원한 숙제’
운영상의 미숙함은 올해도 반복됐다. 영화제 개막 전부터 공지 메일이나 배지 신청 메일을 받지 못한 기자가 속출했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프레스룸에 대한 불만도 폭주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아 기자들이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를 찾아 헤매야만 했다. 영화제 주요 프로그램 기자회견도 프레스룸이 위치한 영화의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리다보니 프레스룸 대신 기자회견장 1층 카페를 더 자주 이용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매년 문제가 돼왔던 교통 혼잡의 아쉬움은 올해도 화두였다. 지난 4일, 수십 대의 차량들이 오거리 문화광장 사거리로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오거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1개의 차선에 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됐다.
교통경찰과 지프지기들의 통제로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운전자들은 거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인근 골목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차하고 있던 한 운전자는 “이곳은 평소에도 차가 막히는 곳인데 오늘은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라며 “영화제 할 때마다 교통 정체로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열흘간의 영화 여정을 끝마친다. 폐막작은 네팔 이주 노동자를 그린 다큐멘터리 <기계의 나라에서>(김옥영 감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