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27일 남긴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세론을 뒤흔들 수 있는 '반명(反明) 빅텐트'가 쳐보기도 전에 사분오열될 처지에 놓였다.
반명 진영이 이 후보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선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연대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보수권 내 분열이 심화되며 후보 단일화 논의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어서다.
7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반명 연대 구상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계엄의 벽'과 '정치적 실리'라는 두 난관 모두를 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있다는 평가다.
보수진영에서는 김문수·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지만,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11일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양측 단일화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방침이나, 단일화 압박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설사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경선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 김문수 후보는 지난 6일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추진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대선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자신에게는 지원을 거부한 채, 이미 한 후보와 합의를 마친 상태에서 경선으로 선출된 자신을 끌어내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 후보 지지세력 중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7일 법원에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채 은퇴를 선언했고,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를 겨냥해 "한덕수 추대 공작의 배후"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경선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채 선대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이런 꼴을 두고만 볼 건가. 상투 붙잡고 수염 뜯는 드잡이로는 국민께 부끄럽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이 더 놀랍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안철수 의원은 김문수와 한덕수 사이의 단일화 논의에 “차라리 가위바위보가 나았다”며 날을 세우는 한편, 집중적인 당원 모집에 나선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견제했다.
당 내부 혼선이 극심해지면서, 당 밖의 연대 가능성도 위축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주장해온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진영과 국민의힘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변수로 주목받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독자노선을 굳히는 모양새다. 그는 이재명 후보보다 윤 전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고 있어, 완주 가능성이 더 높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로 윤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그는 이후 당내에서 밀려나며 토사구팽의 상징으로 남았고, 보수진영 단일화 논의에서 재물처럼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6~7%의 지지율을 가진 이 후보는 자신이 중심이 되는 구도가 아닌 이상,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진보 진영과의 반명빅텐트 구성도 마찬가지로 녹록지 않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한덕수 후보가 중심이 되려면, ‘계엄의 벽’이라는 상징적 장애를 넘고, 새미래민주당과의 명분 있는 연대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미래민주당이 국민의힘과는 선을 긋고, 한덕수와의 전략적 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여전히 빅텐트의 확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반명연대를 ‘비전 없는 야합’으로 규정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는 주도권을 바탕으로 비명계뿐 아니라 원조보수 진영 인사들까지 포섭하는 통합 전략을 구사 중이다.
정규재·조갑제 등 보수논객과의 접촉,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선대위 합류 등은 보수·중도 유권자까지 외연 확장을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